올해 LCD(액정디스플레이)업계는 희비가 교차할 전망이다. 세계 경기 침체로 지난해에는 소비심리가 위축돼 LCD 패널을 사용하는 TV, 컴퓨터 모니터 등의 제품 판매가 주춤했다. 미국의 델과 같은 PC 업체들이 경기 악화로 재고 정리에 나서면서 감산과 투자 연기 등 LCD업계의 위축을 불러왔다. 그간 업체들이 앞다퉈 생산 증대에 나섰던 것도 부메랑으로 돌아와 가격 하락을 불렀다.

다소 우울한 시각일지는 몰라도 올해 역시 지난해 시황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시장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LCD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3.6% 감소한 3억1500만대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출하량이 적다는 것은 업체들이 올해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본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하지만 여기엔 희망도 섞여 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2분기부터 LCD업계가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체감할 수 있는 업황 반전은 2010년께나 있을 전망이지만 올 2분기를 바닥으로 숨통이 트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디스플레이서치는 2010년께 LCD 출하량이 올해보다 9.6% 늘어난 3억4900만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LCD 업황이 이렇듯 빠른 반등이 가능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업계는 올해 시장을 주도할 일등공신으로 미니노트북인 '넷북'을 꼽았다. 넷북은 일반 노트북보다 메모리 용량도 작고 LCD 패널도 작지만 가볍고 휴대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저가 매력까지 더해지면서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넷북 수요 증가→넷북용 LCD 패널 수요 증가'라는 시장동력을 형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디스플레이서치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넷북용 LCD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1800만대보다 33.1% 늘어난 2600만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체 LCD 출하량인 3억1500만대와 비교하면 턱없이 작은 비중이지만 증가세로 따져보면 올해 최대 성장폭이다.

LCD TV의 선전도 한몫을 더할 예정이다.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앞으로 볼록 튀어나온 브라운관 TV를 보유하고 있던 소비자들이 소형 LCD TV로 교체에 나서고 선진국 등에서는 고가의 TV들이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면서 LCD 시장을 견인한다는 분석이다. 올해 TV용 LCD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1억1300만대에 비해 15.1% 늘어난 1억34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모니터용 LCD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1억7200만대보다 1.7% 늘어난 1억750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점쳐졌다.

LCD업계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는 올해 공항,대형 쇼핑몰 등 공공장소에 설치돼 광고와 각종 정보를 안내하는 '퍼블릭 디스플레이' 분야를 강화하기로 했다. 꾸준한 성장을 거쳐 오는 2015년께 724만대로 커질 이 시장을 앞선 패널 기술로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일반 가정에서 보는 LCD TV보다 3배 이상 화면이 밝아 뜨거운 햇빛 아래서도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내용을 깨끗하게 볼 수 있는 옥외용 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초당 480장의 화면을 전송하는 LCD 패널을 개발했다. LCD는 화면에 영상을 표시하도록 하는 정보에 대한 응답속도가 낮아 축구경기 등 화면 움직임이 빠른 영상을 볼 때 잔상이 남는 단점이 있었다. 이번에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제품은 현행 120㎐(초당 120장의 영상을 표현하는) LCD 패널보다 4배 빠르다. 480㎐ LCD 패널로 TV를 만들면 잔상 효과를 줄여 눈의 피로감을 덜고 자연스러운 화질을 감상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부터 TV용 240㎐ 패널 양산에 들어가 하반기부터는 TV용 480㎐ 제품을 본격 출시할 계획이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