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악화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정기인사에서 임원 승진을 지난해보다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경제신문이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한 20대 그룹 및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지난해보다 임원 승진을 23%가량 줄인 것을 비롯해 SK그룹,금호아시아나그룹, 한진그룹 등 주요 그룹의 임원승진이 작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264명의 임원을 승진시켰지만 올해는 승진인사를 204명으로 최소화했다.경기부진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자동차 판매가 크게 줄어든 데다 내년도에도 판매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임원승진을 크게 줄인 것이다.

내년 1월말께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의 임원승진폭은 예년의 400명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250여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올해부터 상무보 직급을 없애고 계열사간 유사부문 통폐합에 나선 데 따른 결과다.삼성은 대신 매년 승진인사와 함께 100~150명의 임원들을 방출해왔던 퇴직인사 발령폭을 확대해 그간 누적됐던 인사적체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SK에너지SK텔레콤 등 주요 계열사 임원 47명을 승진발령했던 SK그룹은 올해 인사에서는 승진폭을 31명으로 줄였다.하지만 계열사 대표를 모두 교체하는 과감한 인사로 그룹 안팎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올해 고(高)유가와 환율급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렸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진그룹도 올해 정기인사에서 임원 승진자를 줄였다.지난해 금호아시아나그룹 내 임원승진은 125명에 달했지만 올해는 115명으로 줄었다.한진그룹도 대한항공한진해운의 임원승진을 지난해 56명에서 올해 45명으로 최소화했다.경영환경 악화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만큼 실적을 바탕으로 한 소폭의 승진인사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해보다 30% 줄어든 임원승진 인사를 냈다.내년 2월께 인사를 하는 롯데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인사가 맞물려 있는 한화그룹도 큰폭의 승진인사는 없을 전망이다.이에 대해 재계 고위 관계자는 “내년도 경영환경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별로 통하는 임원 승진은 갈수록 힘들어질 전망”이라며 “임원승진 숫자가 줄어드는 만큼 차·부장급 이상의 간부층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예/이정호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