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요 막힌 포스코 "내수판매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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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거래 끊었던 공국제강에 슬래브 공급 '러브콜'
국내 철강사 "물량공급 안정적으로 지속될지…"
"슬래브나 열연강판 사실래요?"
포스코가 동국제강에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공급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2005년 이후 3년간 중단됐던 거래를 내년부터 다시 복원하자는 것이다. 열연강판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국내 철강업체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철강시장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내수시장 공략'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국내외 철강시황이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바빠진 포스코 영업팀
동국제강 원료구매팀은 최근 포스코로부터 슬래브 공급 의사를 전달받았다. 정식 협상을 염두에 두고 미리 의견 조율 단계를 밟기 시작했다. 슬래브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후판 등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철강 반제품이다. 자체 용광로가 없는 동국제강은 슬래브를 외부에서 사들여 조선용 후판 등을 만들고 있다.
동국제강은 2002년까지만 해도 포스코로부터 70만t이상의 슬래브를 공급받았다. 그러나 2003년부터 10만t 수준으로 구매량이 줄어든 뒤 2005년부터는 아예 물량 공급이 끊어졌다. 포스코가 자체적으로 냉연제품 생산량을 늘리면서 국내 슬래브 판매를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슬래브와 함께 열연강판의 국내 판매량도 늘리기로 방침을 정하고 여러 곳의 철강업체와 접촉 중이다. 열연강판의 경우도 지금까지는 해외수요가 넘쳐나 굳이 국내 경쟁업체들에 적극 판매할 이유가 없었다.
포스코가 이처럼 판매전략을 바꾼 것은 자동차 전자 건설 등 냉연강판의 주요 수요처들이 하나같이 불황에 빠지면서 내년 영업전선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냉연강판 판매량이 줄면 원재료인 슬래브와 열연강판은 남아돌게 된다.
◆수입에 의존해온 국내 철강시장
그동안 포스코로부터 충분한 슬래브와 열연강판을 공급받지 못한 국내 철강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입에 의존해 왔다. 환율 움직임에 따라 구입가격이 널을 뛰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대안이 없었다. 이에 따라 2003년 260만t 수준이던 슬래브 수입량은 2005년 300만t을 넘어섰고 올해는 500만t에 육박할 전망이다. 반면 포스코에서 흘러나온 슬래브 물량은 올 1~10월 중 10만300t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열연강판도 사정은 비슷하다. 슬래브에 비해서는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는 '포스코산 열연강판'이 많았지만 전체 수요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했다. 2003년 457만t이던 열연강판 수입량은 올해 772만t으로까지 늘어났다.
수입 슬래브와 열연강판은 물량 확보도 어렵지만 국내산에 비해 가격도 비싸다. 기본적으로 운송료 부담이 있는 데다 올해처럼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이중고'를 겪게 된다. 동국제강은 지난 3분기 슬래브값이 t 당 1200달러를 넘어가고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로 오르는 바람에 후판 값을 t 당 141만원까지 올릴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가 만든 후판(t 당 92만원)에 비해 50만원가량 비싼 가격이다.
◆철강업체,"고민되네"
포스코는 4분기 들어 철강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달 들어 사상 첫 감산에 들어갔다. 자칫 내년 1분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내수 판매량을 늘리려는 것은 이런 고육지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철강업체 입장에서는 포스코 물량을 받게 되면 일단 이익이다. 세계 최고 품질의 제품을 세계에서 가장 싼 가격에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스코의 제안을 덥석 수락하기엔 불안한 구석이 적지 않다.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물량공급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탓이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향후 철강시장이 호황에 접어들었을 때도 포스코가 계속 물량을 대줄지 미지수"라며 "그때 가서 해외 공급선을 다시 확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국내 철강사 "물량공급 안정적으로 지속될지…"
"슬래브나 열연강판 사실래요?"
포스코가 동국제강에 철강 반제품인 슬래브를 공급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2005년 이후 3년간 중단됐던 거래를 내년부터 다시 복원하자는 것이다. 열연강판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국내 철강업체들과 꾸준히 접촉하고 있다. 철강시장 불황을 돌파하기 위해 '내수시장 공략'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국내외 철강시황이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바빠진 포스코 영업팀
동국제강 원료구매팀은 최근 포스코로부터 슬래브 공급 의사를 전달받았다. 정식 협상을 염두에 두고 미리 의견 조율 단계를 밟기 시작했다. 슬래브는 열연강판과 냉연강판,후판 등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철강 반제품이다. 자체 용광로가 없는 동국제강은 슬래브를 외부에서 사들여 조선용 후판 등을 만들고 있다.
동국제강은 2002년까지만 해도 포스코로부터 70만t이상의 슬래브를 공급받았다. 그러나 2003년부터 10만t 수준으로 구매량이 줄어든 뒤 2005년부터는 아예 물량 공급이 끊어졌다. 포스코가 자체적으로 냉연제품 생산량을 늘리면서 국내 슬래브 판매를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슬래브와 함께 열연강판의 국내 판매량도 늘리기로 방침을 정하고 여러 곳의 철강업체와 접촉 중이다. 열연강판의 경우도 지금까지는 해외수요가 넘쳐나 굳이 국내 경쟁업체들에 적극 판매할 이유가 없었다.
포스코가 이처럼 판매전략을 바꾼 것은 자동차 전자 건설 등 냉연강판의 주요 수요처들이 하나같이 불황에 빠지면서 내년 영업전선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냉연강판 판매량이 줄면 원재료인 슬래브와 열연강판은 남아돌게 된다.
◆수입에 의존해온 국내 철강시장
그동안 포스코로부터 충분한 슬래브와 열연강판을 공급받지 못한 국내 철강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입에 의존해 왔다. 환율 움직임에 따라 구입가격이 널을 뛰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대안이 없었다. 이에 따라 2003년 260만t 수준이던 슬래브 수입량은 2005년 300만t을 넘어섰고 올해는 500만t에 육박할 전망이다. 반면 포스코에서 흘러나온 슬래브 물량은 올 1~10월 중 10만300t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열연강판도 사정은 비슷하다. 슬래브에 비해서는 국내 시장으로 유입되는 '포스코산 열연강판'이 많았지만 전체 수요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했다. 2003년 457만t이던 열연강판 수입량은 올해 772만t으로까지 늘어났다.
수입 슬래브와 열연강판은 물량 확보도 어렵지만 국내산에 비해 가격도 비싸다. 기본적으로 운송료 부담이 있는 데다 올해처럼 원ㆍ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이중고'를 겪게 된다. 동국제강은 지난 3분기 슬래브값이 t 당 1200달러를 넘어가고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로 오르는 바람에 후판 값을 t 당 141만원까지 올릴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가 만든 후판(t 당 92만원)에 비해 50만원가량 비싼 가격이다.
◆철강업체,"고민되네"
포스코는 4분기 들어 철강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달 들어 사상 첫 감산에 들어갔다. 자칫 내년 1분기에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내수 판매량을 늘리려는 것은 이런 고육지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철강업체 입장에서는 포스코 물량을 받게 되면 일단 이익이다. 세계 최고 품질의 제품을 세계에서 가장 싼 가격에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스코의 제안을 덥석 수락하기엔 불안한 구석이 적지 않다.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물량공급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탓이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향후 철강시장이 호황에 접어들었을 때도 포스코가 계속 물량을 대줄지 미지수"라며 "그때 가서 해외 공급선을 다시 확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