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가 들어 있는 이번 주 뉴욕증시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 재구성 차원의 매매를 하는 등 전반적으로 관망장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올 들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40%가량 하락한 만큼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종목이 어느 때보다 많은 한 해였다. 일각에서는 연말 경제지표들이 경기침체의 심각성을 확신시킬 경우 경기 관련주에 대한 매도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휴 존슨 존슨일링턴어드바이저 회장은 "투자자들이 세금혜택을 누리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내년을 대비한 교체매매가 이뤄지는 한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에는 투자자들이 통상 혜금 혜택을 보기 위해 실적이 좋지 않은 종목을 팔려는 경향을 보인다.

한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앞으로 경제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찻잔에 남은 차 잎을 보고 점치듯 예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용시장 회복 여부와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에 관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내년 경제상황이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연말을 맞아 투자자들은 현재 경기상황을 주시하면서 과연 언제쯤 미국 경제가 되살아날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가능성이 크다. 존슨 회장은 "현재로선 2분기 경기 바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은 연초 투자전략을 세우게 된다.

이번 주 나올 경제지표 중에는 30일 발표되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와 소비자신뢰지수 등이 관심을 끈다. 최근의 주택시장 흐름에 비춰볼 때 주택 관련 지표가 호전됐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이 지수가 어느 정도 악화됐을지에 따라 주식시장에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 성향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들어 실업이 증가하고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으로 소비심리 역시 위축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 날에는 주간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발표된다. 지난주 최초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6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수당 청구자가 늘수록 사람들은 실직에 대한 위협을 느껴 소비를 꺼리는 현상이 빚어진다. 개인소비가 5개월 연속 하락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새해 첫날은 주식시장이 문을 닫는다. 2일에는 공급자관리협회(ISM)가 제조업지수를 발표한다. BNP파리바는 12월 ISM지수가 1982년 경기침체기보다 더 낮은 34 수준으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여건으로 본 내년 경제상황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컨설팅 회사인 왓슨와이어트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23%가 내년 중 비용절감 차원에서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감원 규모가 1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선다면 주식시장은 1분기께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 신용시장이 안정되고 소비가 되살아나면 분위기가 급반전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