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오는 29일로 예정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 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산업은행 측에 공식 요구했다. 산은 측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혀 본계약 일정이 다음 달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화,한화석유화학,한화건설 등 대우조선 인수 컨소시엄 3개사는 26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산은 측에 본계약 연기와 매매대금 지급 조건 완화를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한화 측은 "사상 초유의 금융위기 상황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무리한 자금 집행은 회사 전체의 재무상황과 경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며 "지난달 14일 산은과 맺은 인수 양해각서(MOU)의 매매대금 지급 조건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이날 이사회 의결을 통해 29일 체결할 예정인 본계약 일정을 3~4주의 세부실사를 마친 이후로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본계약을 예정대로 29일 맺을 경우에는 현재 3%로 돼 있는 가격 조정폭을 확대해주거나,엄청난 잠재 부실이 발생했을 때 매수자에게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정상적인 인수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인수자금을 최장 2~3년에 걸쳐 분할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해줄 것도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산은 측은 "법률검토 등 제반사항을 고려해 28일 오후께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