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지난 9월15일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메릴린치 인수,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은행지주회사 전환 등으로 미 5대 투자은행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금융주 동반 폭락으로 국가별,업체별 명암도 엇갈렸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톰슨로이터가 세계 금융회사의 시가총액(12월18일 종가 기준)을 분석한 결과 공상은행이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4개 금융회사가 10위권에 진입,중국계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이 9위를 차지하는 등 일본계도 약진했다. 반면 씨티그룹은 구제금융을 받은 뒤 시가총액이 연초의 5분의 1로 쪼그라들며 전년 8위에서 19위로 추락,미국계 금융사의 퇴조가 선명해졌음을 반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금융주의 시가총액은 급감했다. 특히 금융위기 진원지인 미국 업체들의 순위가 급락했다. 씨티그룹의 시가총액(엔화 환산 기준)은 18일 현재 3조6100억엔으로 연초 대비 12조엔이나 감소했다. 2003년 말 시가총액(26조엔)과 비교하면 90%가량 줄었다. 지난해 7위였던 AIG는 3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메릴린치와 합병한 BOA,골드만삭스도 순위가 떨어졌다. 이들 모두 시가총액이 70% 이상 감소했다. 베어스턴스를 인수한 JP모건체이스,와코비아를 사들인 웰스파고 등은 순위가 올라갔다.

이에 비해 중국계 금융사들은 상위권을 휩쓸어 금융시장에서도 '차이나 파워'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중국 정부가 주식을 사들이는 등 주가 관리를 하고 있는 데다 금융위기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위 공상은행에 이어 건설은행이 3위에서 2위로 올라섰고,중국은행은 6위 자리를 지켰다. 중국인수보험은 10위였다.

3대 메가뱅크 모두 순위가 올라가면서 일본은행들도 약진했다. 미쓰비시UFJ가 12위에서 9위로,미쓰이파이낸셜그룹이 36위에서 22위로,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44위에서 25위로 각각 뛰었다. 하지만 보유 주식의 손실 및 불량 채권 처리로 인한 손실 확대 우려가 커져 시가총액은 3개 은행 모두 연초 대비 50% 수준에 그쳤다. 금융컨설팅사인 PR테크의 구라쓰 야스유키 대표는 "미 대형 투자은행이 파산하면서 상업은행으로 흡수돼 금융계의 대재편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한편 주가 하락률은 씨티그룹이 24일 6.78달러에 마감,연초 대비 76.9% 떨어져 가장 낙폭이 컸다. BOA 13.53달러(-67.2%),HSBC 45.73달러(-45.3%),JP모건체이스 29.85달러(-31.6%)로 거래를 마쳤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