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쟁점법안에 대한 연내 강행 처리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대화시한으로 설정한 성탄절을 넘긴 26일 한 목소리로 "이제는 처리할 때"라며 연내 법안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잇단 대화 요청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국회 본회의장까지 기습 점거하자 한나라당 내에서는 `허를 찔렸다'는 반응 속에 `정면돌파가 불가피하다'는 강경론이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금부터 대화를 또 하면 연말이 다 가버린다"면서 "우리는 법안들을 연내 처리해야 하고, 이제는 법안을 처리할 때"라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민주당이 노리는 것은 탄핵 때처럼 끌려나가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소위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키려는 자해정치"라며 "연내 법안처리는 불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자체 분류한 중점처리 법안 114개 중에서 위헌.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법안, 경제관련 법안 등 `최우선 처리' 법안을 이번 주말까지 재분류한 뒤 내주 초에는 이들 법안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존 법체계와 충돌 등 문제가 있는 일부 법안에 대해서는 수정안을 이미 제출했고, 직권상정을 위해 김형오 국회의장과의 협의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뜻대로 연내 법안 처리가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민주당이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한 상황에서 쟁점법안 처리를 강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빼앗긴 본회의장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

극렬한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172석의 `공룡 정당'이지만 내부 결속이 느슨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 단일대오를 형성할 수 있을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최악의 경우 국회의장의 경위권 발동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 의장은 여전히 여야 협의를 요청하며, 직권상정을 최후의 카드로 남겨놓겠다는 입장이다.

쟁점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의사봉을 잡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김 의장이 경위권까지 발동해 적극적으로 법안 처리에 임할지도 자신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실제 법안들의 `무더기 직권상정'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졸속심사'라는 여론의 비판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법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했다고는 하지만 해당 상임위와 법사위 논의를 거치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야당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법 처리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연초부터 몰아닥칠 정국급랭에 따른 후폭풍이다.

민주당은 법안 강행처리시 장외투쟁은 물론, `의원직 총사퇴'의 초강수까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여론의 지지를 업을 경우 내년 2월 임시국회 파행뿐 아니라 4월 재.보선 이후까지 정국 시계가 흐려질 가능성이 짙다.

정권 출범 1주년을 맞아 개각을 포함한 대대적 국정쇄신을 준비하고 있는 여권으로선 당장 인사청문회 문제를 비롯해 달갑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임시국회 회기종료일인 내년 1월8일까지 민주당과 대화를 지속하며 최대한 협의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유화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김형오 국회의장이 `위헌.헌법불합치 법률 및 경제살리기 법안에 대한 우선 처리'를 담은 중재안을 이미 내놓았고, 여야 대화가 시작된다면 내년초까지 법안 처리를 미룰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 이미 `연내 법안 처리'에 대한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진 만큼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