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뜸했던 연기금이 모처럼 대규모 매수에 나섰다.

연기금은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닷새 만에 '사자'로 돌아서 IT(정보기술) 화학 운수장비업종을 중심으로 959억원을 순매수했다. 하루 순매수 금액으로는 이달 들어 최대 규모다. 연기금은 전날까지 4거래일 동안 17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지수 상승에 부담을 줬지만 이날은 모처럼 장 막판 대규모 매수로 지수 낙폭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연기금은 특히 미국발 악재로 하한가 근처까지 밀려난 기아차 현대차 등 자동차주와 신용등급 하향으로 급락한 하이닉스 등을 주로 사들였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안정되던 환율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등 불안감이 부각되면서 지수가 급락하자 시장방어 차원에서 연기금이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연말까지 적극적인 매수가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연기금은 보유 종목의 주가 하락으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낮아지자 대형주 위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연말까지는 포트폴리오 비중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주가 등락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는 움직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