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한 지 단 하루 만에 노조가 정면으로 거부,사측과 충돌 양상을 빚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는 23일 노조 소식지를 통해 "회사가 비상경영 체제로 내놓은 관리직 임금 동결과 전주공장 버스 생산라인 1교대 변경 추진,아산공장 단축 생산 등은 4만5000명 조합원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올해 노사 합의안대로 전주공장의 주간 연속 2교대제(8+9시간 근무) 실시를 밀어붙이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내년 1월부터 시범 실시키로 한 주간 연속 2교대제를 합의한 지 얼마나 됐는데 이를 뒤엎느냐"고 강변했다.

하지만 생산 물량이 현저히 줄어든 현실에서 주간 연속 2교대제는 불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현대차는 최근 1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만드는 혼류 생산 등에서 노사 합의를 이끌어낸 기아차와 달리 인력 전환배치 등 유연생산 체제 정착 전반에 걸쳐 노조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칫하면 위기 극복을 위한 귀중한 타이밍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울산 5공장 생산직 반장과 계장급 노조원 100여명은 이날 대자보를 통해 "회사의 위기 극복에 우리가 먼저 앞장서겠다"고 결의하는 등 노조 집행부에 대한 일선 근로자들의 반발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현대차는 핵심 경영 쟁점들을 노조와 사전 협의토록 돼 있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비상경영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