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얼굴은 30대 중반이군요. 담배를 살 수 있습니다. "

일명 '얼굴보고 담배 팔아 자판기'로 불리는 신종 얼굴인식 담배자판기가 일본 주요 도시에 우후죽순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자판기 생산업체 '후지타카'가 올초 선보인 이 자판기는 일본 후생성의 '어린 골초 없애기' 캠페인에 맞춰 개발됐다.

장착된 카메라로 얼굴윤곽,눈ㆍ입 주위 잔주름,피부 처짐 정도를 토대로 구매자의 나이를 파악해 미성년자(만 20세 미만)의 담배 구매를 원천봉쇄하는 '똑똑한 자판기'다.

이 업체의 하지메 야마모토 마케팅 과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10만명의 다양한 연령대 얼굴을 분석한 데이터가 저장돼 있어 카메라 앞에서 아무리 웃거나 찡그려도 진짜 나이를 90% 이상 판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나이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하는 호기심에 재미삼아 이용하는 이도 많다고 한다.

'자판기 천국' 일본에선 최근 실용성과 재미를 가미한 자판기가 쏟아져 나와 인기다. 지난해 3조엔(약 44조원)에 달하는 일본 자판기 시장이 불황에도 해마다 높은 신장세를 이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꽃 자판기도 등장했다. 오사카 시내 병원들 주위에는 '이 꽃 보고 힘내세요'란 꽃 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병문안 전 꽃가게를 들러야 하는 불편을 해소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판기 가격은 약 60만엔(880만원).국화 장미 등 12가지 꽃을 팔며 적정 온도ㆍ습도를 유지해주는 기능이 내장돼 있다.

전자전문점이 많은 도쿄 아키하바라에선 겨울철 '캔라면'(된장맛,간장맛ㆍ각 200엔) 자판기가 대유행이다. 장시간 이것저것 둘러보는 젊은이들의 간식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식품업체 우마이가 한 자판기업체와 제휴,캔 형태로 제작한 이 라면은 곤약 면을 사용해 국물에 담긴 상태에서도 면이 불지 않는다.

영화 '전차남(電車男)'에서 주인공이 편의점에서 즐겨 사먹던 캔오뎅도 최근 자판기 상품으로 등장했다. '300엔 캔오뎅'(355㎖) 자판기는 젊은이들이 몰리는 신주쿠에서 하루 판매량이 3000~4000개에 달한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