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역삼동 갤러리 써머피쉬 (Gallery Summerfish) 기획으로 열린 전시 ‘어떤 하루의 아트쇼 (One Day Arty show)’ 에서 작가 권소정씨의 독특한 설치와 퍼포먼스가 이목을 끌었다.

전시장 안은 텅 비어있고 벽에도 그림 한 점 붙어있지 않다. 다만 전시장 귀퉁이에 상하좌우가 뒤집힌 커다란 ‘한 해 계획세우기 (Planning a Year)’ 라는 제목과 역시 상하좌우가 뒤바뀐 글자들이 사방의 벽에 붙어있을 뿐.

관객들은 전시장 입구에 놓인 전시관람용이라고 쓰인 숟가락들을 하나씩 들고 입장하여 숟가락에 보이는 반영(反映)을 이용해 글자들을 바로 읽을 수 있었다.

벽에 쓰여있는 글들은 모두 권씨의 2009년 매일매일의 계획들. 2008년 한 해 동안 ‘1년 후의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 세운 이 계획들을 2009년 한 해간 지켜 나아감으로써 이 작품은 완성된다.

‘양말을 깁는다’, ‘웅크린 고양이의 그림자를 밟는다’, ‘이불빨래를 한다’ 등의 단순한 계획이 있는 반면 ‘경찰에게 잡힌다’, ‘John이라는 사람을 만난다’ ‘새벽 4시 라디오를 들으며 공항으로 간다’ 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도전하는 계획들 또한 365개의 계획들 속에 포함된다.

이 날 전시장에서는 이 중 한 계획을 리허설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권씨는 그 동안 미국, 암스테르담, 스페인에서 다수의 전시, 다양한 퍼포먼스 기획 및 강연들을 통해 미술 작품의 소재와 제작방식의 정형화된 관념의 ‘틀’을 벗어나 새롭고 독창적인 ‘소통’을 시도해 왔다.

그는 2006년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뉴미디어 페스티발에 초대됐고, 2007년 9월에 샌프란시스코 시청에서 열렸던 한미 교류전 ‘Women Artists in Action’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치’를 역설하는 1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또, 2008년 5월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아트페어, ‘De Kunstvlaai Amsterdam’에서 미국작가 7명과 네덜란드 작가 7명의 전시를 기획, 전시하여 큐레이터로도 활동하였고,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자신의 작업에 관한 강연을 하며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작가들과 많은 교류를 하였다.

20 x 20 x 30cm 크기의 미니 갤러리를 5미터 상공에 풍선으로 띄우고 그 안에 여러 작가들의 초대전시를 열어 관객들로 하여금 쌍안경과 전시장 안에 설치된 카메라로 전시를 관람하도록 하거나, 전시에 온 모든 관객들에게 천 년 뒤에 현금으로 바꾸어 쓸 수 있는 수표(미국에서 쓰이는 은행수표)를 참여의 대가로 나눠주는 등, 그가 기획하는 프로젝트들에는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유머가 가득하다.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발표한 2년에 걸쳐 완성되는 프로젝트, ‘한 해 계획세우기 (Planning a Year)’는 권씨에게 그 뜻이 크단다.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품을 만들기 보다, 개념을 완성시키는 욕심이 앞서는 작가로서, 항상 도전 해 보고 싶던 거대한 시간적 규모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몇 시간, 몇 분 혹은 순간일 지라도 미래를 조정할 수 있다면 하는 재미난 발상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09년 부터 사이트 ‘planningayear.com’ 에서 계획을 지켜가는 작가의 모습을 매일 볼 수 있다고.

며칠 전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열리고있는 백남준 페스티발에 다녀왔다며 이렇게 퍼포먼스 아트, 비디오 아트 등의 ‘뉴미디어’ 전시들 또한 활발한 한국미술계를 기뻐하며, 앞으로도 새로운 장르를 연구하고 실험을 계속하는 수많은 작가들에게 많은 지원이 있기를 권씨는 바란다.

하루 행사 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의 참석으로 성황을 이룬 이번 전시 ‘어떤 하루의 아트쇼’는 권소정 작가의 퍼포먼스, 홍예원작가의 마임, 이윰 작가의 퍼포먼스의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젊은작가 김명화, 노해율, 송준호, 어여름, 최문석, 황혜재, 김나연, 허현주씨등이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한편 작가 권소정은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앤젤스 게이트 컬쳐럴센터(Angels Gate Cultural Center)’의 스튜디오 작가로 활동 중이며 서울에서의 개인전을 계획 중이다.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