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세계 동시 불황에 따른 급격한 판매 감소와 엔고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올해 1500억엔(약 2조1000억원)대의 영업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사장은 22일 나고야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엔 매출 21조5000억엔에 1500억엔의 영업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달 6일 내놓았던 '23조엔 매출에 6000억엔 영업이익' 예상치를 두 달도 안 돼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이다. 지난해엔 매출 26조2892억엔에 2조2703억엔의 영업이익을 냈었다.

도요타가 과거 적자를 기록한 적은 세전이익 기준으로 창업 직후인 1937년과 전후의 경영 위기를 겪던 1949년 두 차례뿐이다. 특히 영업 적자를 내기는 결산 실적을 공표하기 시작한 1941년 이후 처음이다.

도요타는 11월의 신차 판매 대수가 국내와 미국 유럽 시장에서 모두 전년에 비해 30%가량 급감한 데 이어 12월에도 최대 시장인 북미를 중심으로 자동차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고전 중이다. 도요타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가 896만대로 전년 대비 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요타는 미국과 유럽 등 주력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올 하반기에만 5700억엔의 영업적자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달러당 80엔대 후반까지 급등한 엔화가치 영향으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돼 2000억엔 정도의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의 대손충당금도 더 쌓을 필요가 있어 전체적으로 지난 상반기(4~9월)에 벌어들인 6000억엔가량의 영업이익을 모두 까먹고 적자로 전락하게 된 셈이다. 와타나베 사장은 "감산과 감원 등 구조조정을 통해 영업적자 요인을 최대한 줄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