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마켓(약세장 속 반등) 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실물 경기 침체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다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보유 주식을 자식들에게 증여하는 상장사 대주주들이 잇따르고 있다.

상장주식을 증여할 경우 증여일 전후 2개월간 종가를 평균해 증여가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내년초 반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금 증여하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고 증여 후 주가상승에 따른 재산증식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홍두영 남양유업 회장은 회사 주식 5만4907주(7.63%)를 지난 19일 장남인 홍원식 이사에게 증여했다. 홍 이사의 지분은 19만4871주(27.07%)로 늘었다.

자동차 멀티미디어 부품 및 LCD TV 모듈 생산업체 대성엘텍의 박재범 대표이사도 지난 12일 회사 주식 150만주(8.35%)를 아들인 정준씨와 정호씨에게 각각 75만주(4.17%)씩 증여했다. 이에 따라 정준씨와 정호씨의 보유지분은 8.66%와 8.38%로 증가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제조 전문기업 서울반도체의 이정훈 대표도 증여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보유중이던 회사 주식 가운데 897만6076주(17.66%)를 아들인 민호씨와 민규씨에게 각각 448만8038주(8.83%)를 증여했다.

이에 앞서 이찬승 능률교육 대표는 처와 자식에게 자사주식 9만주씩을 지난 8월 증여했으며 풍림산업의 이필웅 회장은 지난 10월 아들인 이윤형 전무 등 친인척 8인에게 115만주를 증여했다.

세무 전문가들 "향후 주가 전망이 좋은 주식이라면 절세를 위해서는 주가 하락기를 이용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증여 시점의 가격이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증여가액이 되는 일반적인 증여와 달리 상장주식의 증여가액은 증여일 전후의 2개월(합쳐서 4개월)간 종가를 평균해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한 자산관리 컨설팅 전문가는 "부자들의 경우 같은 세금으로 더 많은 재산을 증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주가가 하락한 시기에 증여하면 같은 값에 더 많은 주식을 증여할 수 있어, 앞으로 발생하는 과실을 고스란히 자식들이 맛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여를 통한 대주주의 움직임도 투자에 참고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정근해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개별기업의 상황을 제일 잘 아는 최대주주들의 움직임을 통해서 주가의 흐름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며 "최대주주 지분확대나 주식증여시에는 회사의 기본적인 사항을 분석해 저평가된 종목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