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연초에 비해 크게 부진한 가운데 만 20살 미만인 미성년자의 주식보유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0억원어치 이상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도 8명이나 됐다.

이는 올해 들어 주식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절세 차원에서 자녀나 직계 가족에게 증여나 상속을 한 오너 기업인이 많아져 발생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세법상 주식 지분을 증여나 상속할 경우 상속·증여세액은 최근 6개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22일 재계 전문 사이트 재벌닷컴이 상장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변동 현황을 집계한 결과 1998년 12월 20일 이후에 태어난 미성년자가 주식을 보유한 숫자는 210명으로 작년 12월보다 13% 증가했다.

지난 19일 종가를 기준으로 보유주식 지분가치가 10억원이 넘는 미성년 주식부자는 47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8명은 100억원을 웃돌았다.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의 딸 민정양(17)으로 평가금액이 536억원에 달했다. 민정양은 아모레퍼시픽 태평양 등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다.

구본식 희성그룹 사장의 장남 웅모군(19)이 343억원어치를 보유해 2위에 이름을 올렸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동선군(19)이 277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의 장남 동엽군(19)은 247억으로 뒤를 이었고, 허용수 GS홀딩스 상무의 장남 석홍군(7)이 208억원을 기록해 상위 명단에 들었다.

이 밖에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의 딸 연제양(18ㆍ146억원), 정몽진 KCC 회장의 아들 명선군(14ㆍ128억원), 윤장섭 성보실업 회장의 손자 태현균(15ㆍ114억원) 등도 100억원어치 넘게 주식을 보유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새로 주식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도 눈에 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손자인 두살박이 윌리엄군은 작년 4월에 태어나 올 2월 남양유업 주식 2000여주를 증여받아 지분가치가 9억원을 넘어섰다.

최성원 광동제약 사장의 장남인 윤석군(6)은 지난 3월 조부인 최수부 회장으로부터 이 회사 주식 25만주를 증여받아 지분가치가 6억8000만원어치로 평가됐다.

조석래 효성그룹의 손녀인 인영양(6)과 인서양(2), 손자 재호군(2)도 2억원어치 안팎의 주식을 보유중이며, 최창영 고려아연 회장의 손녀 수연양(2)도 1억원이 넘는 회사 주식을 증여받았다.

오너의 미성년 자녀가 주력회사의 최대주주로 등극해 사실상 기업의 소유권이 넘어간 곳도 있었다.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의 아들 동엽군은 회사 지분 13.45%를 보유한 1대주주로 나타났고, 윤장섭 성보그룹 회장 태현군도 성보화학 지분율이 9.98%에 달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