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젊은이들이 여러 나라와 소통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해 차세대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겠습니다. "

최근 유엔 산하기구인 유네스코(UNESCOㆍ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아시아ㆍ태평양지역 본부장에 선임된 김광조 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보(계명대 교수ㆍ사진)는 "지역 내 젊은이들이 이웃나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겠다"며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김 본부장은 535명의 지원자 가운데 서류심사,역량 진단평가 등을 거쳐 유네스코의 10개 지역본부 가운데 회원국 47개로 가장 규모가 큰 아시아ㆍ태평양 지역본부를 떠맡았다. 한국인이 유네스코 지역본부장에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본부장은 "한국이 교육을 통해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국가라는 점이 지역본부장에 뽑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한국의 성공사례를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가에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원조공여국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있지만 연간 원조 규모는 국민소득(GNI)의 0.09%에 불과하다"며 "개발 원조를 하고 있는 선진국 모임인 DAC(개발원조그룹)에 가입할 수 있도록 원조 규모를 더욱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한국이 원조 공여를 늘린다면 유네스코가 중간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조 방식과 관련해 김 본부장은 사회간접자본(SOC)보다는 인력개발을 돕는 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원도 없고 경제개발도 뒤처진 국가에 다리나 학교를 지어주는 것보다는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우리의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며 "아프리카 등 개도국에서 한국을 벤치마킹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아태지역은 인구가 30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에 달하고 선진국인 일본 호주와 잠재력이 큰 인도 중국 등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아태지역을 아우르는 아젠다를 개발해 전 세계적인 담론으로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미나 유럽이 의제를 설정해 국제사회를 끌고가면 한국 등은 따라가는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이 국제적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주도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김 본부장은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경제신문,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공동 주최하는 '글로벌 인재포럼'이 그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인재포럼에 유럽 등 선진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등 개발도상국가에서도 많은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며 "인재포럼을 인재개발에 관한 국제적인 '명품 포럼'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행시 22회로 교육부 교원정책심의관,인적자원정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김 본부장은 올해 말까지 계명대 학생들에 대한 성적 처리,면담 등 활동을 마무리한 뒤 내년 1월 아태본부가 있는 태국 방콕으로 떠날 예정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