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를 모두 바꾸는 '깜짝인사'를 실시했다. 3개 주력 계열사인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를 비롯해 지주회사격인 SKC&C와 SK건설 SK해운 등의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SKC와 SK케미칼 등 최태원 회장이 직접 인사를 하지 않는 일부 계열사를 제외한 전 계열사 사장단이 전원 교체됐다.

SK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태풍'을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고,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제위기를 정면 돌파하자는 최 회장의 강한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손길승 명예회장 퇴진후 그룹을 이끌어온 이른바 '최태원 1기' 경영진을 이어 정만원 구자영 이창규 사장 등 최 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내부에서 능력이 검증된 인물들이 전진배치됐다. '최태원 2기 경영자'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예고했다는 게 SK 내부의 평가다. 그룹 관계자는 "각사 현안에 새로운 기분으로 도전하라는 최 회장의 메시지가 담긴 인사"라고 전했다.

구자영 SK에너지 신임 사장은 미국 UC버클리대학원 재료공학과 출신으로 세계적 오일 메이저인 엑슨모빌에서 10년간 기술 부문을 담당했다. 지난 1월 SK가 CIC(사내 회사) 제도를 도입하면서 연구개발 부문 사장으로 발탁,SK의 신·재생 에너지 관련 신규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SK가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적임자로 구 사장을 내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을 SK텔레콤 사장으로 내정한 것은 정 사장 특유의 추진력으로 성장 정체에 빠진 SK텔레콤에 돌파구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가 4500만명으로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통신비 인하로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어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게 시급한 상황이다.

정 사장은 2003년 SK네트웍스가 위기를 맞았을 때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과 추진력을 발휘,SK네트웍스를 4년 만에 워크아웃 기업에서 국내 6대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경영수완을 발휘했다. 행정고시 21기로 동력자원부 석유수급과장을 지낸 정 사장은 1994년 SK에너지(당시 유공)로 옮겨 SK그룹에 합류했으며 2000년 말부터 2년 가량 SK텔레콤 인터넷사업부문장을 지냈다. SK네트웍스 신임 사장에 선임된 이창규 사장은 자원개발 및 프레스티지 사업 등 미래 성장엔진 확보에 기여한 공로가 인정돼 신임 사장에 선임됐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SK C&C 부회장으로 옮기는 김신배 사장은 그룹 지주회사 체제의 완성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K C&C는 SK㈜의 지분 28.08%를 보유한 사실상의 그룹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내년 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다.

손성태/박영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