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ㆍ에너지주 비중 큰펀드 약진

최근 한달 수익률 최고19%

실물부문 안좋아 낙관은 금물


중국 펀드가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근 중국과 홍콩 증시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는 덕분이다. 수익률 상위권 펀드들은 최근 1년간 손실률을 50% 이내로 줄였다. 상당수 중국 펀드들은 최근 1개월 기준으로 10~1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내고 있다. 특히 홍콩 증시에서 금융주와 에너지주를 많이 편입한 펀드들이 약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 정부가 연이어 내놓고 있는 경기부양책과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 등이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홍콩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해외 펀드 중 중국 펀드의 비중은 브릭스 등 관련 상품에 포함된 투자분까지 합치면 절반을 넘는다. 해외 펀드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 향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최근의 반등장은 실물경기 지표는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양책에 의존하는 '정책 랠리' 성격이 짙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계론도 있다. 단기 급등에 따라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손실 빠르게 회복 중인 중국 펀드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으로 중국 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3.32%로 지역별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슈로더차이나그로스C'(19.53%) '동부차이나1A'(18.54%) '봉쥬르차이나2A'(17.17%) 등이 월간 수익률 최상위권에 올랐다. 중국 펀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봉쥬르차이나1'은 1년간 -44.16%를 기록,한때 60%를 넘던 손실률을 크게 줄였다.

이 같은 수익률 호전은 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은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과 적극적인 통화정책이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중국 경제 성장을 지지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중국과 홍콩 증시가 급반등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본토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0월 말 저점 대비 20% 가까이 반등했고 국내 중국 펀드들이 주로 투자하는 홍콩 증시의 H지수는 한때 5000선 밑으로 추락했다가 가파르게 상승해 8600선에 근접했다.

특히 홍콩 증시 내 업종 비중이 가장 큰 금융주들이 최근 빠르게 오르면서 관련 주식을 많이 편입한 펀드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 펀드 내 주식 자산 중 은행주 비중이 15%에 달하는 '슈로더차이나그로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약발' 먹히는 부양책

지난달부터 중국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각종 부양책들이 본토와 홍콩 증시 반등의 일등공신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재정 확대를 통한 내수 진작을 골자로 한 10대 부양책을 발표했다. 이어 이달 초에는 9가지 금융지원 정책까지 내놨다. 중국은 금융위기를 완화시키고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2010년까지 4조위안을 투입할 계획이다.

재정 확대 정책에는 임대형 주택 건설 확대,철도 도로 공항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중서부 등 소외지역의 교육 의료 사업 강화,양곡 및 농기구 보조금 지급 확대 등 광범위한 경기부양 대책들이 포함됐다. 중국 정부는 국책은행의 신용대출 한도를 1000억위안 추가하는 등의 금융지원책도 발표했다. 중국은 지난 17일에는 영업세 면제 대상을 구매한 지 5년 이상 부동산에서 2년 이상 부동산으로 확대하는 부동산 부양책까지 추가하는 등 전방위로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덕분에 은행주 에너지주 소재ㆍ산업재주 등이 최근 반등장의 선봉에 섰다. 홍콩 H주 가운데 지난 18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자금광업이 138.2% 급등한 것을 비롯해 중국알루미늄(59.4%) 안강철강(53.7%) 중국선화에너지(48.8%) 공상은행(22.8%) 등이 월간 상승률 선두권에 올랐다.

특히 외국인들이 홍콩 시장에서 다시 매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잇따른 금리인하로 인해 수익을 내기가 만만치 않자 외국인들이 홍콩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증시에서 외국인은 거래비중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큰손'이다.

다만 정책 랠리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재정 확대와 금융 지원 등 부양책 발표가 일단락됐기 때문에 더 이상 호재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단기간 급등한 종목들이 속출해 당분간은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