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계 증권사들의 리포트가 국내 기업들의 주가를 심하게 흔들고 있습니다. 급작스런 목표가 하향 등 논란이 많은데요. 김치형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지난 10월 외국계 증권사에서 내 논 기업분석 보고서에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JP모간이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목표가를 17만1천원에서 갑자기 6만5천원으로 60% 이상 하향하며 이날 미래에셋증권 주가를 가격제한폭까지 끌어내렸고,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현대증권 목표가를 1만7200원에서 8천원으로 한번에 53% 깎으며 주가를 12%나 폭락하게 만들었습니다. 이후에도 외국계 증권사들의 이런 보고서들은 줄을 이어 지난달에는 하나금융지주, GS건설, LG전자까지 줄줄이 외국계 리포트의 쓴 맛을 봤습니다.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돼 있어 시장이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일개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 하나에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휘청거리는 모습은 투자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의 위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일반적인 증권사의 기업 보고서에는 보고서 발행 당시 기업 재무상황 등이 포함된 기업의 근황과 기업 가치분석 등이 포함되며,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한 투자의견과 6개월 목표주가 등이 제시됩니다.” 기자 : 어떤 절차로 리포트를 내게 되는가? 강영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해당 기업에 직접 찾아가서 경영진을 만나보기도 하고, 자료를 요청해 받아보고 분석해 보고서를 내기도 한다. 투자의견에는 매수, 보유, 중립 등의 의견이 있다. 매우 우량하며 저평가된 기업에는 매수 또는 투자가치가 떨어졌다고 보면 중립 또는 매도 등의 의견을 내기도 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마다 투자의견의 기준과 단계는 다릅니다. 보통 투자의견은 크게 매수, 중립, 매도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국내 증시에서는 유독 매도 의견의 리포트를 찾기가 힘듭니다.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의 보고서 같은 급격한 목표가 하향 역시 보기 드문 일입니다. 증시관계자 “매도 의견 내면 그 사람만 바보 된다. 대기업의 경우는 증권사로 직접 항의하는 경우도 있고.. 투자자들로부터 전화도 계속 오고.. 이 보다 더 한 것은 운용사들의 컴플레인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다. 매도의견 대상 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운용사에서 증권사로 암묵적인 압박을 가한다. 그래서 이런 게 부담스럽다 보니깐 의견을 안 내는 게 시장에서는 중립처럼 읽혀지기도 한다.” 글로벌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10월. 국내 증시도 코스피 지수가 1450여포인트에서 890여포인트까지 폭락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국내 증권가에서는 단 한건의 매도 의견 리포트는 없었습니다. 증권사들이 증시 상승기에는 투자 권유에 열을 올리면서도 폭락 시기에 투자주의 경고에 소홀했다는 비판과 함께, 주변의 이해관계에 얽혀 불안한 시장 상황에 부정적인 의견에는 입을 닫았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입니다. 증권사 관계자 “리서치 쪽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게 되면 법인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대규모 운용사에서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들 같은 경우에는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까 영업쪽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직간접적으로 항의도 많이 받게 된다. ”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증권사 기업 분석보고서에서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매도 의견이나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코멘트는 외국계 증권사의 리포트를 통해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어떨까?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IB에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KTB투자증권의 엡스타인 리 호바트 사장을 만났습니다. 엡스타인 호바트 KTB투자증권 사장 “예를 들자면 제가 한국 헤드를 할 때 인베스트먼트뱅킹(IB) 헤드를 했는데 리서치 쪽의 분석가라든지 이코노미스트를 만나려고 한다면 미팅 요청 자체도 컨플라이언스 쪽을 통해서 요청을 해야하고 요청했을 때 컨플라이언스 쪽에서도 내가 무엇을 질문할 건지에 대한 질문을 다 받아서 본 다음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주관을 해주고... 모든 미팅은 준법감시인이나 변호사 등이 미팅에 꼭 참석해서 감독관 역할을 한다. 물어볼 수 있는 것과 대답할 수 있는 것을 구별해줘서 양쪽에 관련있는 고객들의 권익 보호와 각부서의 특성을 최대한 독립적으로 유지하게 해 준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이유로 독립 리서치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실제로 최근 신생증권사들은 리서치 조직에 대한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다양한 리서치 의견을 내기 위해 국내 독립리서치 회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강석필 지안리서치 상무 “독립리서치의 장점이라면 아무래도 자유롭다는 게 첫째다. 왜냐면 증권사들 같은 경우는 영업이나 IB, 브로커리지 등 영업의 이해관계가 갈려 있어서 객관적인 투자의견을.. 물론 객관적인 의견을 내려고 노력하지만 여건상 아주 힘들 때가 간혹 있다. 그런 것에서 자유롭다.”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외국 증권사들의 사례는 우리 증시에서도 참고할 만 합니다. 윤희빈 지안리서치 대표 "외국같은 경우에는 독립리서치가 활성화 된 이유가 외국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독립 브로커리지 회사가 있어서 거기서 활용해서 영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큰 증권사들 경우에 자신들의 리포트와 다른 의견을 제공하기 위해서 다른 의견의 독립리서치 회사의 의견을 같이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 증시를 뒤 흔들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기업 보고서가 신빙성이 높다거나 국내 보고서에 비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잘못된 분석으로 최근 금감원에 경고를 먹은 JP모간증권의 사례나 시장에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고 난 후 매집 같은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물론 존재합니다. 하지만 무작정 이들의 의견을 부정적이라고 무시하거나 의혹의 눈길만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이런 분석의 이유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원인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엡스타인 호바트 KTB투자증권 사장 "리서치는 어떻게 써먹느냐가 중요하다. 경제 관료나 정부 관계자들이 (이런 보고서가) 잘 되고 잘못되고를 떠나서, 그 차이점이 뭐고 왜 이런 차이가 나오느냐를 분석해서... 그게 틀리다면 정확하고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것을 일치 시켜줘야하고, 우리가 자신을 봤을 내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점이 있으면 고쳐나가는 것.. 그렇게 되면 (서로의 의견의 차이를) 좁혀 나갈 수 있다." WOW-TV NEWS 김치형입니다. 김치형기자 ch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