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공격적인 연방기금 금리 인하와 비전통적인 양적 통화 완화 선언으로 달러화 가치에 대한 평가가 바뀌고 있습니다.글로벌 신용경색이 최악일 때는 전세계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을 선호했습니다.낮은 금리를 감수하고라도 미국 국채를 사려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그런데 최근들어 신용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아가면서 달러화 선호 현상이 다소 꺾였습니다.이런 상황에서 FRB 조치가 나오자 시장에서 달러 매도세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17일(미국 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87.13엔까지 급락해 1995년 7월 이후 13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유로화에 대해서도 1.4438달러에 거래돼 달러 가치가 9월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하지만 18일에는 단기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며 달러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섰습니다.

시장에서는 기준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춘 FRB가 발권력을 동원해 앞으로 장기 국채와 모기지 증권 등을 사들이면 시중 금리는 떨어지고 달러화 가치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이밖에 2009회계연도(2008년 10월~2009년 9월) 연방적자 규모가 1조달러를 웃돌 것이란 전망도 미 달러가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각종 구제금융과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집행이 늘면서 10,11월 두 달 동안에만 미국 재정적자는 4016억달러에 달했습니다.이에 따라 헤지펀드 등 일부 기관투자가들은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보유 달러를 시장에 내놓는 현상이 빚어졌습니다.

FRB의 통화 완화기조로 새로 찍어낸 달러가 시장을 덮칠 것이란 우려가 있는 한 단기적으로 달러가치 약세는 불가피한 실정입니다.미국 국채 금리 하락도 미 달러화에 대한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전날 대비 0.1% 포인트 하락한 2.06%를 기록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가치가 당분간 약세를 보이다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미국 경제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는 시점에서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달러가치 떨어트려도 미국경제 회생에 기여할 듯

FRB가 금리 정책에만 의지하지 않고 통화를 시장에 직접 공급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쓴다는 것은 미국 경제 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경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습니다.사실 FRB는 금융위기가 터진 뒤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줘왔습니다.하지만 그 정도의 정책만으로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살리고 곤두박질치는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역부족이었습니다.그래서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한 것입니다.FRB는 달러를 찍어서 만기가 길고 위험성이 높은 자산을 사들여 관련 시장 금리를 단시일 내 낮추겠다는 전략입니다.매입 대상으로는 장기 국채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오토론 카드론 등 소비자 금융 관련 자산담보부증권(ABS)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이렇게 되면 시중에 있던 위험 자산이 FRB 대차대조표로 옮겨가게 됩니다.FRB의 총부채는 8월 8700억 달러에서 2조2000억 달러로 급증했습니다.내년 초 께 3조 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입니다.

다소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번 조치로 경제 주체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게 확실합니다.특히 버락 오바마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과 함께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면 소비가 살아나는 등 미국 경제가 급속히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습니다.단기적으로 달러 가치는 떨어질 수 있지만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 기축 통화로서의 미 달러의 위상은 앞으로 계속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 이익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