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측 비약상고 거부‥서부지법에 항소장 제출

세브란스병원은 18일 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을 이끌어낸 원고측이 `비약상고'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1심 판결을 한 서울 서부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병원 측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존엄사 인정 판결에 대한 불복 취지 등이 담긴 항소장을 서부지법의 종합민원실 민사접수과에 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 인정 판결을 한 서부지법은 제출된 항소장의 요건 등을 검토한 뒤 이상이 없을 경우, 판결과 관련된 기록 일체를 고등법원에 넘기게 된다.

병원 측의 신동선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항소장을 제출한 뒤 "1심 판결만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지 않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비약상고를 했는데 원고 측이 거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고등법원의 항소심에서도 원심이 확정될 경우 대법원에 상고를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병원 측이 항소로 방침을 바꾼 것은 비약상고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원고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 관계자는 "원고측이 비약상고를 거부한 이유를 모르겠지만, 일단 거부의사를 밝힌 이상 2심인 고등법원에 항소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서 "이럴 경우 자칫 법리논쟁이 길어져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원고인 환자 측은 세브란스병원이 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과 관련해 내린 비약상고 제안을 거부했다.

환자 가족들로부터 결정권을 위임받은 법무법인 해울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헌법이 정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받겠다"며 비약상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해울은 "세브란스병원은 시간을 단축하려고 (항소심이 생략된) 비약상고를 하겠다고 했지만 환자가 정당한 절차에 의해 자연스럽게 사망하는 것이 소송의 목적이었을 뿐 인공호흡기를 얼마나 빨리 떼어내느냐가 초점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은 지난달 28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로부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김모(76.여)씨 자녀 등이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김씨의 존엄사를 인정해 병원 측이 김씨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입법 전까지는 연명치료 중단의 기준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17일 비약상고 결정을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