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미국서 거취 저울질
이회창 선진당 총재로 건재
문국현은 의원직 박탈 위기


지난해 12월19일 치러진 17대 대선은 거물급 정치인들의 운명을 갈라놓았다.

대선주자들 중 일부는 대선 이후에도 정치권에 남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지만 일부는 현실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기약 없는 '휴지기(休止期)'를 보내고 있다.

정동영 전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대선에 이어 올 4월 총선에서도 패하자 지난 7월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객원연구원으로 머물며 미국 정치 및 에너지 관련 분야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선공약이었던 개성공단 중심의 '한반도 평화경제론'을 한 단계 발전시킨 '한반도 제4의 물결론'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정 전 후보의 내년 4월 재보선 출마설을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측근들은 아직까진 출마보다 불출마 쪽에 무게를 싣는다. 실제로 정 전 후보가 내년 2월 초 미국 생활을 끝내고 다시 중국 칭화대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대권 삼수'에 도전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충청권 인사들과 한나라당 공천 탈락자들을 규합해 자유선진당을 창당, 총선에서 18석을 건졌다. 18대 국회에서는 창조한국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해 정치권의 '캐스팅보트'로 부상했다.

대선에서 4위를 했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총선 때 서울 은평을의 이재오 전 최고위원에게 도전장을 내 '화려하게' 정치권 입문에 성공했으나 선거법 위반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심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아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권영길 의원은 민노당의 유일한 지역구 재선의원으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노회찬.심상정 전 의원이 노선투쟁 끝에 민노당을 박차고 나가 진보신당을 만드는 등 거센 후폭풍을 겪어야 했다.

'신혼부부 1억원 지원' 등 튀는 공약과 기행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허경영 민주공화당(전 경제공화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