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자금난이 호전되고 있다. 한때 1500원을 넘나들던 원ㆍ달러 환율도 1300원대로 주저앉았다.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이 많다.

◆달러가뭄 해소조짐

외환당국의 지속적인 달러 공급과 한ㆍ미 통화스와프에 이어 지난 주말 중국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규모가 확대되면서 환율 불안이 해소될 기미다. 15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주말보다 5원50전 내린 1367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 11월21일 기록한 장중 고점(1525원)과 비교해 158원(10%) 하락했다. 원화 가치가 뛴 것이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하향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외환시장을 둘러싼 변수들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동안 환율 불안의 주범이던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일단락됐다.

외국인은 올 들어 11월 말까지 국내 증시에서 35조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12월 들어서는 6200억원가량 순매수로 전환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지난 10월 한 달 만에 6조4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했지만 11월 이후 지금까지는 6500억원 이상의 채권을 순매수했다.

내년 경상수지가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환율 하락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경상수지가 22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화자금 시장의 수급여건도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달러와 원화를 교환하는 외환스와프 시장에서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는 이날 -7원에 거래돼 지난 5일 기록한 사상 최저치(-20원50전)에 비해 13원50전이나 올랐다.

스와프포인트는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값.마이너스가 클수록 외화자금 사정이 나쁘다는 의미다. 국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9월 중순(5전)보다는 못하지만 최근 호전 기미가 뚜렷한 셈이다.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5년물 기준) 프리미엄도 지난 11일 361bp(1bp=0.01%포인트)로 신용경색이 극에 달하던 지난 10월 말(699bp)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종우 SC제일은행 상무는 "3개월 이내의 단기물 중심으로 달러 경색이 개선되는 등 외화자금난이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며 "원ㆍ달러 환율도 내년 1분기 말 1300원,2분기 말 1250원,3분기 말 1180원,4분기 말 1150원 등으로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사정도 개선

국제 금융시장 사정도 조금씩 나아질 조짐이다. 연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춘 외국 은행들이 내년 초부터 자금운용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뿐 아니라 정부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도이치뱅크 바클레이즈 등 해외 IB(투자은행)들이 국내 은행에 내년 초 해외 채권 발행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홍콩 런던 등에서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들을 모아 사모 형태로 1억달러 내외의 조달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내년 1월 중순께 해외 채권 발행을 검토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리먼 사태 이후 국내 은행의 해외채권 발행이 사실상 중단됐다"며 "채권 발행에 성공한다면 외화자금 사정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 금융사들도 최근 잇따라 채권 발행에 성공하면서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호전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신중론도 여전하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는 데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다 풀렸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 같지만 언제 또다시 돌발변수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용석/박준동/김현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