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지수 -24 '10년 불황' 재연 우려

일본 경제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침체의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지표는 34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10년 불황이 재현될까 하는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일본은행은 15일 12월중 기업단기경제관측(단칸)조사 결과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제조 대기업의 업황판단지수(DI)가 -24로 지난 9월 조사(-3)때보다 무려 21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하락폭은 1975년 2월 조사(21포인트 하락) 이후 34년만에 가장 큰 것이다. 지수 자체도 2002년 3월(-38) 이후 6년9개월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3개월후 경기를 보여주는 전망지수도 -36을 기록해 향후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조사됐다. 업황판단지수는 '지금 경기가 좋다'고 대답한 기업 비율에서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을 뺀 수치다. 지수가 마이너스라는 것은 경기가 나쁘다고 느끼는 기업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일본 기업들은 거품경제 붕괴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내 신차판매대수(경차 제외)는 지난 9월 5% 감소한 데 이어 10월과 11월엔 각각 13%와 27%씩 급감했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연내에만 1만명에 달하는 직원을 감축하고,감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소니는 국내외에서 전체 직원수의 10%에 해당하는 1만6000명의 직원을 감원키로 했다. 자동차와 가전의 생산이 줄자 그 여파는 철강 화학 등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개인 소비심리는 한겨울로 들어선지 오래다. 전국 백화점 매출은 올 1~10월중 2월 한달만 반짝 증가했고,나머지 달엔 모두 전년대비 감소했다. 일본 최대 백화점 그룹인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는 도쿄 이케부쿠로와 가고시마시 등에 있는 4개 점포를 아예 폐쇄했다.

일본인들은 '10년 불황'의 악몽이 재현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15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경제전망을 종전의 '점진적 회복'에서 '수축'으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내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일본 경제가 올해 0.5% 성장이 그친뒤 내년엔 성장률이 -0.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라시마 기이치 니코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엔고가 가속화되면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