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미국 월스트리트가 이번에는 대규모 금융 피라미드 사기 사건에 휘말려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사기 주인공은 버나드 매도프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70)이며 피해자는 명사들은 물론 대형 금융사,헤지펀드,각종 재단 등 광범위하다.

13일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번 금융사기의 피해자는 수천명에 피해금액은 500억달러에 달한다. 이번 사기는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뒤 나중에 투자하는 사람의 원금으로 앞 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이른바 '폰지사기(Ponzi Scheme)' 방식으로 이뤄졌다. 폰지는 대공황전인 1925년 실제로 아무런 사업을 벌이지 않으면서 막대한 수익을 약속한 사기범의 이름이다.

피해자론 지금까지 프레드 윌폰 미 프로야구 뉴욕메츠 소유주,노먼 브라먼 미프로풋볼 필라델피아 이글스 소유주,에즈라 머킨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 자회사인 GMAC 회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윌폰은 개인 재산은 물론 수천만달러의 구단 자산을 매도프에게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사추세츠에서 유대인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로버트라핀' 자선재단은 800만달러의 기부금 모두를 매도프에게 투자했다. 코네티컷주 페어필드 시정부는 퇴직연금기금의 15%를 매도프에 맡겨 4200만달러의 돈을 날릴 처지에 몰렸다. 헤지펀드와 투자은행 등의 손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헤지펀드인 페어필드그린위치는 75억달러 규모를 투자했다.

증권사와 함께 투자자문사를 운영해 온 매도프는 에이전트를 고용해 플로리다에 있는 팜비치 골프장의 부유층 회원 등을 대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며 투자를 유치해왔다고 WSJ는 전했다. 투자를 유치한 에이전트에는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매도프는 어떤 상황에서도 매년 8~12%의 수익률을 지급해 명성을 쌓아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NYT는 매도프가 과연 혼자 이런 사기를 저지른 것인지,감독당국의 조사를 어떻게 피해갔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도프는 투자 자금을 유치하면서 수수료를 따로 떼지 않고 증권 거래에 따른 거래 수수료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사업 모델로 투자회사를 운용할 수 없다는 게 월가의 지적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대한생명과 사학연금 등 5-6개 회사가 피해를 봤으며 자금회수 가능성을 파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