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지금은 통상적인 경기 하강 사이클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압박이 겹친 상황"이라며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재는 "주요 연구기관들이 내년도 경제 전망을 계속해서 비관적인 방향으로 수정하고 있다"며 "앞으로 상당 기간 성장률이 아주 낮아지고 고용도 크게 늘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금리를 내렸는데 결정하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세계 경제가 2차대전 이후 또는 대공황 이후 가장 나쁘다고 한다. 국내 경제도 상당히 부담이 많다. 통상적인 경기 하강 주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압박이 겹쳤다고 보면 된다. 그런 상황이라면 최저 금리로 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

―내년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은.

"현재 국내외 경제 여건이 워낙 불안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가정하느냐에 따라 경제 전망도 상당히 다르게 나온다.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다. 주요 기관들이 계속해서 전망치를 낮추고 있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전망도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꽤 있다. "

―돌이켜보면 지난 8월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은 실책 아니었나.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근처까지 갔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확산되는 것을 중앙은행이 그냥 두지 않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여줘야 했다. "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장 금리가 충분히 내려갈 것으로 보는가.

"시장 금리를 올리고 싶을 때는 중앙은행이 위에서 잡아당겨야 하고 반대로 내리고 싶을 때는 밑에서 잡아당겨야 한다. 이제 채권 금리나 은행 예대금리보다 기준 금리가 많이 낮아졌으니까 시장 금리를 낮추라는 압력은 높아진 셈이다. 그 압력이 얼마나 신속하게 파급되느냐를 딱 짚어서 말하기는 어렵다. "

―실물 경제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실물 경제에 나타날 수 있는 효과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국고채 회사채 예금 대출 등 각종 금리가 얼마나 내려가는가 하는 점에 달렸다. "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 계획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잘 파급되지 않을 때는 파급이 안 되는 분야를 겨냥해서 자금을 집어넣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최근 두 달여간 통화안정 증권을 중도 매입해 돈을 풀었고 은행채를 환매조건부 방식으로 사들이기도 했다. 특정 부문을 대상으로 한은이 자금 거래하는 방식을 당분간 활발하게 사용할 생각이다. 그동안에는 금융시장 전체에 자금을 공급하면 그것이 자연스럽게 여기저기로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돈 자체는 있는데 유통이 잘 안 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자금이 필요한 쪽에 좀 더 직접적으로 해 주는 게 좋은 방법 같다. "

―시장에서는 한은이 적극적으로 발권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재정을 동원하는 것과 달리 중앙은행의 발권력 동원은 대가가 없어 보인다. 세금을 더 거둘 필요도 없고 국회 의결도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가는 결국 모든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중앙은행법에 발권력을 동원한 시장 개입은 심각한 통화 신용의 수축기여야 한다는 제한 조건을 둔 것도 손쉽게 발권력에 기대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