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소비 침체,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내년도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가 7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산업은행은 국내 36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2009년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상 기업의 설비투자액은 91조7000억원으로 올해 계획 98조3000억원에 비해 6.8%(6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조사 대상 기업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산은 조사에서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2002년(-4.5%)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부문별로 보면 제조업이 올해 대비 9.3% 감소하고 비제조업은 3.2% 감소할 전망이다. 제조업 내에서는 수출 부진 우려로 IT(정보기술)산업의 설비투자가 24.5% 감소하는 반면 비IT산업은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됐다. 제조업 내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8.0% 감소하고 경기 부진의 여파를 더 크게 받는 중소기업이 31.1%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산은은 "중소기업의 내년 설비투자 감소폭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38.8%)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반도체(-26.8%)와 기계류(-23.3%)의 설비투자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던 석유화학(-7.7%)과 조선업(-6.4%)도 내년에는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자동차(12.8%) 철강(12.3%) 석유정제(14.5%) 등은 증가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산은은 "이번 조사가 지난 10~11월에 이뤄졌지만 최근 투자심리가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등의 업종에서 실제 큰 폭의 설비투자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산은은 특히 "연도별 설비투자 계획치와 실적치를 비교해 보면 경기가 좋을 때는 실적치가 계획치를 웃돌고 나쁠 때는 실적치가 계획치를 크게 밑도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때문에 내년 실제 설비투자는 계획치인 -6.8%보다 더 큰 폭으로 줄어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13.2%) 보다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