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영의 자동차 풍향계] '자동차 빅6 論' 의 허구…지난 10년의 교훈 잊었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그때도 그랬다. 10여년 전.특별한 이슈가 없었는 데도 세계 자동차산업은 인수ㆍ합병(M&A)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마치 누가 식욕이 좋은지 내기라도 하듯이 큰 자동차 업체들은 작은 업체들을 먹어치우려는 움직임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합종연횡이 판을 치던 당시의 명분은 향후 대형 5개사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몸집을 불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평가되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앞으로 2년 내 세계 자동차산업은 대량생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빅6'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나오고 있다.
피아트의 최고경영자인 세르지오 마르시온네는 최근 오토모티브뉴스유럽과의 인터뷰에서 "한 해 55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거대 자동차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미국과 독일에 각각 1개사,프랑스-일본 합작사,어쩌면 미국 회사 1개사와 일본과 중국 그리고 또다른 유럽 메이커가 생존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발언 취지로 미뤄보면 도요타 GM 폭스바겐 포드 르노ㆍ닛산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거대 자동차 회사만 살아남는다고 얘기한 건 자동차 메이커들이 독자적으로 사업하는 게 더 이상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충격적인 건 생존 가능한 회사에 벤츠나 BMW 혼다 현대ㆍ기아자동차 등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10여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규모의 경제를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당시의 분위기에 편승해 많은 업체가 합병 내지 제휴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면 그런 예상이 얼마나 부질없었는 지 알 수 있다. 한껏 덩치를 키운 미국 빅3는 파산 직전까지 몰려 부분 국유화될 상황에 처해 있다.
그 그늘로 들어갔던 볼보나 사브는 다시 매각 위기에 몰렸고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이미 인도의 타타에 넘어가고 말았다. 덜컥 크라이슬러를 끌어안았던 벤츠는 엄청난 손실만 본 채 각자의 길을 가야 했고 로버를 사들였던 BMW는 1달러에 되팔아야 했다. 당시 체결된 수많은 업체 간 제휴들은 이처럼 물거품이 됐다. 그나마 아직까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다.
여기서 생각해 볼 건 그때도 혼다나 BMW가 곧 사라질 회사로 분류됐다는 점이다. 생산 규모가 작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를 보자.덩치만 큰 미국의 빅3는 적자경영을 거듭한 반면 확실한 기술력을 갖췄거나 프리미엄 이미지가 확고한 브랜드들은 성장을 거듭했다. 결국 자동차산업에서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제품 자체라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다. 메이커 입장에선 기초를 탄탄히 다져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는 게 생존의 관건인 셈이다.
10여년 동안 이런 과정을 겪었음에도 이번 경제위기에 또다시 규모론이 거론되는 것은 우습다. 자동차 업체가 튼튼히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는 차 550만대를 만드는 것보다는 누구나 타고 싶어 하는 차 100만대를 만드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규모론에 휩쓸려 외형만 키우다 미국의 빅3 같은 회사가 또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는 곧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똑같은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오토타임즈 대표 ssyang@autotimes.co.kr
10여년이 지난 지금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평가되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앞으로 2년 내 세계 자동차산업은 대량생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빅6'만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시 나오고 있다.
피아트의 최고경영자인 세르지오 마르시온네는 최근 오토모티브뉴스유럽과의 인터뷰에서 "한 해 55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거대 자동차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미국과 독일에 각각 1개사,프랑스-일본 합작사,어쩌면 미국 회사 1개사와 일본과 중국 그리고 또다른 유럽 메이커가 생존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발언 취지로 미뤄보면 도요타 GM 폭스바겐 포드 르노ㆍ닛산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거대 자동차 회사만 살아남는다고 얘기한 건 자동차 메이커들이 독자적으로 사업하는 게 더 이상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여기서 충격적인 건 생존 가능한 회사에 벤츠나 BMW 혼다 현대ㆍ기아자동차 등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10여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규모의 경제를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당시의 분위기에 편승해 많은 업체가 합병 내지 제휴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지금 되돌아보면 그런 예상이 얼마나 부질없었는 지 알 수 있다. 한껏 덩치를 키운 미국 빅3는 파산 직전까지 몰려 부분 국유화될 상황에 처해 있다.
그 그늘로 들어갔던 볼보나 사브는 다시 매각 위기에 몰렸고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이미 인도의 타타에 넘어가고 말았다. 덜컥 크라이슬러를 끌어안았던 벤츠는 엄청난 손실만 본 채 각자의 길을 가야 했고 로버를 사들였던 BMW는 1달러에 되팔아야 했다. 당시 체결된 수많은 업체 간 제휴들은 이처럼 물거품이 됐다. 그나마 아직까지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다.
여기서 생각해 볼 건 그때도 혼다나 BMW가 곧 사라질 회사로 분류됐다는 점이다. 생산 규모가 작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를 보자.덩치만 큰 미국의 빅3는 적자경영을 거듭한 반면 확실한 기술력을 갖췄거나 프리미엄 이미지가 확고한 브랜드들은 성장을 거듭했다. 결국 자동차산업에서 중요한 건 규모가 아니라 제품 자체라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다. 메이커 입장에선 기초를 탄탄히 다져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는 게 생존의 관건인 셈이다.
10여년 동안 이런 과정을 겪었음에도 이번 경제위기에 또다시 규모론이 거론되는 것은 우습다. 자동차 업체가 튼튼히 살아남으려면 소비자들이 선택하지 않는 차 550만대를 만드는 것보다는 누구나 타고 싶어 하는 차 100만대를 만드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규모론에 휩쓸려 외형만 키우다 미국의 빅3 같은 회사가 또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는 곧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똑같은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오토타임즈 대표 ssyang@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