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바라보는 좌파 등 진보진영내 기류가 심상치 않다.

새정부 조각과 정책수립 과정에서 오바마 당선자가 대선 때 내세웠던 공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자, 이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것.
조지 부시 행정부의 '부자 감세' 조치를 철회하고 대형 석유업체의 세금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 대표적이다.

오바마는 여기에다 대선 공약인 이라크 주둔 미군의 즉각 철수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가 하면 백악관 보좌진을 충복들로만 채우고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의 대선승리로 부시의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고 여긴 진보진영에서는 "새 보스가 늙은 보스 같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8일 전했다.

물론 오바마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부인하며 취임하면 당초 약속했던대로 개혁 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오바마는 지난 7일 NBC 방송의 '언론과의 대화'에 출연, 이라크 철군 문제에 대해 "취임 첫날 책임있는 철군 계획 수립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오바마가 철군을 얘기하면서도 이라크전을 지지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지명하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킨 점에서 보듯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진보성향의 인터넷매체인 '아메리카블로그'의 존 애러보시스 에디터는 "오바마 내각에 어떤 진보 인사도 없는 것 같다"며 오바마의 개혁공약이 결국 '선거용'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폴리티코는 경제 분야도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바마가 노조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당선됐는데도 불구하고 친노조 성향으로 볼 수 없는 티머시 가이트너와 로런스 서머스를 각각 재무장관과 국가경제위원장에 기용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노조 관련 웹사이트인 '워킹라이프'를 운영하는 조너선 타시니는 "오바마에 대한 비난은 때 이른 감이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경계심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는 상황 변화때문에 일부 이슈에 대한 입장이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지지자들에게 인내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석유회사에 대한 과세 문제를 예로 들어, 한때 배럴당 150달러 선을 육박했던 유가가 금융위기를 거치며 반토막나면서 증세를 추진하기 어렵다고 했다.

진보진영도 오바마가 대통령에 취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다리면서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하지만 오바마가 최근 제시한 정책과 인사에 대해 "우리가 그렸던 변화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게 상당수 진보인사들의 반응이어서, 이들과 오바마가 '거리'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