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놓고 성장률을 놓고 정부, 경제연구소, 국제기구, 국내외 증권사 등이 천차만별식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9일 현재까지 가장 낙관적인 것은 정부와 경제연구소들로, 기획재정부는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GDP)이 4%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3%, 삼성경제연구소는 3.2%, LG경제연구원은 3.6%, 현대경제연구원은 3.1%, 금융연구원은 3.4%의 전망치를 내놨다.

SK경영연구소는 2.0%로 잡았다.

국내증권사와 국제기구는 주로 2%대 전망을 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2.5%, 우리투자증권은 2.7%, 한국투자증권은 2.5%, 국제통화기금(IMF)은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7%다.

삼성증권은 국내기관에선 드물게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0.3%로 예상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더 비관적이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UBS, 스탠더드차타드, 바클레이스, 메릴린치 등 7개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1.2%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UBS는 가장 비관적인 -3.0%를 내놨다.

이처럼 국내외 기관별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제각각인 것은 해당기관별 특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연구소는 통상 전망의 진폭이 크지 않고 보수적이라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지만 시장의 걱정이 그대로 반영되는 증권사들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부나 국내투자자의 눈치를 볼 필요 없는 외국계 증권사 및 투자은행은 아예 한국시장에 대해 극단적인 전망을 내놓는다는 설명이다.

대우증권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가 장기화될 것이냐,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될 것이냐에 대한 시각에 따라 기관별 전망치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계 증권사의 비관적 전망에는 해당 회사의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에서의 포지션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의 경우 자기회사 포지션에 유리하면 극단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연구소는 아무래도 시장이 걱정하는 것을 즉각 반영하는 시스템이 아니며 현실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낙관적 전망을 하는 반면 국내 증권사는 시장의 걱정요소들을 반영하기 때문에 조금 더 비관적인 편"이라고 비슷하게 설명했다.

그는 "국내증권사는 비관적이더라도 국내투자자들과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외국계 증권사보다는 덜 비관적"이라며 "외국계 증권사는 정부나 국내투자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기회사 포지션에 따라 극단적으로 비관적인 전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는 이와 별도로 한가지 문제를 침소봉대하는 경향도 있다는 게 그의 첨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세계경제 침체의 근본원인이 글로벌 금융불안인 상황에서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증권사 등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훨씬 부정적인 편"이라며 "환율과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에 대한 향후 전망에서도 연구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자금 투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진정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데, 증권사들은 금융불안이 오래 지속되고 골도 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