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점포 마련ㆍ장기전세아파트 입주

친구들이 고등학교 진학할 때 아버지 병원비,동생 학비 등을 벌기 위해 평택의 한 회사에 취업해야만 했다. 틈나는 대로 야학으로 공부하고 봉사활동도 했다. 결혼 뒤 2년이 지나서야 남편의 시력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첫 아이처럼 말이다. 첫 아이는 수정체가 탈고돼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선천성 말판증후군을 앓았다. 3살 때부터 혈압약 등 온갖 약을 먹느라 힘들텐데도 병원 치료를 거뜬히 이겨냈다. 7살 때 한쪽 눈의 수정체 제거 수술을 했다. 아이가 "색깔이 이렇게 예쁜지 몰랐다"며 활짝 웃는 모습에 한참을 울었다. 그때까지 아이의 눈이 그럴 정도로 불편하다는 걸 몰랐다. 또 가슴 가운데가 많이 들어간 누드흉을 고치기 위해 절개수술을 받고 15일간 통증을 이겨내기 위해 모르핀 주사까지 맞았다. 게다가 남편도 2003년 쓰러져 수술을 받았다.

이때부터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피부관리 교육을 받고 미용실에서 일하며 미용사 자격증도 따고 억척같이 일을 해 미용실을 마련했다. 혼자 6평짜리 점포에서 열심히 일을 해 장기전세아파트에도 입주했다. 어느 날 가게에 암에 걸린 손님이 남편과 함께 와 머리카락을 모두 밀어달라며 펑펑 우는 여자 손님을 꼭 끌어안고 내 사정을 얘기하며 위로했다. 8개월 뒤 완쾌돼 다시 가게를 찾아온 그 손님을 보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힘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