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로 증권계가 몸을 사리고 있지만 범 현대가(家) 증권업체들의 움직임은 오히려 활발해지고 있다.

현대그룹의 현대증권, 현대중공업그룹의 하이투자증권, 현대차그룹의 HMC투자증권이 위탁매매(브로커리지)에 이어 자산운용 부문으로 전장(戰場)을 확대하며 전면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들 3사의 행보는 설립 시기에 따라 전혀 다르다.

후발주자인 하이와 HMC투자증권은 증권업계의 지점 축소 움직임에도 아랑곳 않고 점포를 늘리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면 현대증권은 텃밭을 내주지 않기 위해 수성에 주력하고 있는 형국이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HMC투자증권은 현대차그룹의 핵심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로템 등 공장의 인근인 경남 창원시 상남동에 창원지점을 지난 5일 개설했다.

이로써 HMC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울산, 아산, 광주, 전주 등 현대차그룹의 모든 거점 지점 설립을 완료하고 현대차와 협력사 가족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하기 전인 신흥증권 시절 17개였던 지점은 26개로 늘어났다.

장기적으론 지점을 50여 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이투자증권도 지난달 울산 현대중공업 공장 인근에 지점을 개설했고, 이달 8일에는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부근에 목포지점을 새로 연다.

미래에셋과 하나대투증권이 지점 축소와 임금 삭감에 나서는 등 증권가에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대가 증권사들의 최대 격전지는 울산이다.

이 지역에서만 현대증권 10곳, 하이투자증권 4곳, HMC투자증권 3곳의 영업점이 모여 사운을 건 고객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모기업의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모자란 탓에 일단 외형적으로 수세에 몰린 현대증권은 세력 확장을 통한 대응보다는 차별화와 틈새시장 개척을 통해 수성에 나서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 중 최초의 여성특화지점인 `부띠크 모나코지점'을 최근 개설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내년 초 시작할 WM(Wealth Management)사업에 대비해 지점별로 1~2명의 관련 인력을 배치하는 작업도 완료했다.

현대증권은 지난 10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상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그룹 차원에서 국내 최고의 종합금융서비스 투자은행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항간에 떠돌던 현대증권 매각설을 잠재우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자산운용업 분야에서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달 초 현대증권을 신청인으로 자본금 300억원 규모의 종합자산운용사인 현대자산운용㈜ 예비허가를 금융당국에 신청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자체 운용사가 없다 보니 다른 운용사의 펀드를 가져다 팔기만 하고 우리 입맛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없었다"며 "과거 현대투신운용의 `바이코리아펀드'의 열풍을 조금이라도 재연하려고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별도의 자산운용사가 없는 HMC투자증권은 지난 9월 호주 맥쿼리투자은행의 한국법인인 맥쿼리증권㈜ 대표이사를 역임한 강준(47) 씨를 자산운용본부장(부사장)으로 영입해 자산운용부문 영업강화를 꾀하고 있고, 하이투자증권은 산하에 하이자산운용을 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하이와 HMC투자증권의 등장으로 현대증권이 어느 정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