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매거진] 디트로이트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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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디트로이트 하면 자동차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의 본사가 이곳에 있는데요. 하지만 빅3의 파산 위기와 공장폐쇄...게다가 최근에는 미국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역경제와 일자리도 망가지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의 겨울을 박성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디트로이트 중심가의 한 주택가입니다. 멀리서보면 여느 주택가와 다를 바 없지만 조금만 자세히보면 다릅니다. 빈집이 태반이고 열집중 두세집은 불타고 반 무너진 폐가입니다. 가끔 사람 사는 집들이 오히려 섬뜩해보입니다.
취재진을 안내한 디트로이트의 교민은 이곳이 폐허가 된 것은 벌써 3~4년도 더 됐다고 말합니다. 이곳에는 주로 GM과 포드 등 미국 빅3의 노동자들이 살았습니다.
취재진은 넉달전에 자동차 관련 업체에서 정리해고된 한 노동자를 만났습니다. 그가 살던 집은 은행에 차압을 당했고 지금은 월세집에서 실업급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4개월전에 직장을 잃어...그 때부터 경제적인 문제가 있고 직장에 다시 복직할 가능성이 별로 없어... 그런 불안감 때문에 아무래도 부채를 재정비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집을 은행에 넘기고 여기와서 삽니다.”
취재진에게 친절했지만 로이는 이미 행복도 잃었습니다.
디트로이트의 한 호텔. 이곳에서는 색다른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현대차가 부품 구매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빅3가 어려워지자 미국 부품업체들이 그나마 상황이 나은 한국 기업에 목을 매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의 위기는 화이트칼라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몇 달전만 해도 부품업체 월급 사장이었던 폴은 회사가 부도난 뒤 지금은 다른 업체에서 급여 없이 성공보수로 일합니다.
“안좋은 상황에 처해 있는 친구들이 아주 많아...디트로이트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다른 곳으로 가려 해도 집이 안팔려...가족이 함께 이사해야 하는데 집이 팔리지 않아 어려움 많아...”
디트로이트의 어려움은 최근 두달사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10월에 이어 11월에도 미국 자동차 시장은 1년전보다 30%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가을부터 얼어붙은 미국 자동차 시장은 목까지 차오른 빅3의 위기를 더욱 옥죄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의 중심가에 있는 GM 본사입니다. 세계 1위의 자동차 회사답게 웅장한 건물은 예전 그대로지만 정부의 구제금융이 없으면 GM은 내년 1월을 맞을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디트로이트에서 3대째 크라이슬러 딜러점을 운영했던 존 스캇씨. 스캇씨가 보여준 월별 실적은 연초부터 내리막입니다. 어려운 실적은 곧바로 일자리를 위협합니다. 스캇씨는 아직은 딜러점 직원들의 오버타임과 수당을 줄이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지 모릅니다.
“근무 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어...오버타임 해서 1주일에 45시간 일하던 것을 40시간으로 줄이고 있어...”
디트로이트 곳곳에 있는 실업자 지원센터격인 미시간웍스에는 최근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는 자동차 말고 다른쪽 일을 원합니다.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지역 상권도 망가졌습니다. 디트로이트 외곽에 있는 유명백화점 메이시입니다. 황량한 주차장이 찬 바람을 더욱 매섭게 만듭니다. 백화점 안도 황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진열된 수많은 상품들은 멋적은 조명 아래에서 고객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껏 장식한 성탄절 분위기가 오히려 더 추워보입니다.
시내 중심가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디트로이트 사람들도 다운타운에 발을
끊은지 오래입니다. 디트로이트의 위기는 사실 오래됐지만 최근 빅3의 급박한 어려움은 지역 경제 전체에 퍼지고 있습니다.
“자판기 사업을 하는데... 지금 자동차 산업에 문제가 생겨 미시간에 조그만 다른 자영업자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GM과 크라이슬러 본사가 있는 오클랜드 카운티는 패터슨 시장은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오클랜드 카운티에 있는 어번힐에는 GM과 크라이슬러 등 빅3중 2개 회사의 본사가 다 우리 카운티에 있어... 자동차 산업의 영향이 절대적인데 GM이 어렵고 자동차 산업이 좋지 않아...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쳐...”
디트로이트의 겨울은 미국에서도 길고 춥습니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눈이 옵니다. 오만하고 방만했던 빅3에게는 이번 겨울은 가장 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더 추운 것은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와 문을 닫은 가게들입니다. WOW TV-NEWS 박성태입니다.
박성태기자 st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