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의 수익률과 직결되는 기준가격이 무더기로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편입 종목의 주가 변동과는 상관없이 펀드가 합병을 계획하고 있던 종목의 주가를 과다하게 산정해서 비롯된 일이다. 이에 따라 이 기간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는 이익을 보게 됐지만 기존 투자자는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됐다.

5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한국더좋은지배구조주식1'의 기준가격이 전날 633.65원에서 629.34원으로 떨어진 것을 비롯 93개 펀드의 기준가격이 일제히 낮아졌다. 한국투신운용 흥국투신운용 마이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이 운용하고 있는 펀드가 주를 이뤘다.

이처럼 펀드의 기준가격이 일제히 낮아진 것은 합병 계획을 밝혔던 LG이노텍LG마이크론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비롯됐다.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을 편입한 펀드들은 그동안 합병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며 매수청구권 가격(각각 4만8938원,3만6267원)을 종목 가격으로 반영했었다. 그러나 합병이 무산됐기 때문에 이들 종목의 평가 가치를 시가로 다시 반영해야 한다. 전날 기준가격의 산정 기초가 되는 3일 종가는 LG이노텍이 3만4900원,LG마이크론이 2만1500원이었다. 이 주가 차이와 편입비중에 따라 펀드의 기준가격이 낮아진 것이다.

아직 공시하지 않은 펀드들의 기준가격 하향 조정도 더 나타날 전망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으로 LG이노텍과 LG마이크론을 편입하고 있는 국내 주식형펀드만 5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은 LG이노텍의 편입 비중이 전체 자산의 3.49%로,이 펀드의 기준가격은 다른 펀드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자 흥국투신운용은 앞으로 기준가격 산정 방식을 지주사 전환이나 합병이 확정될 때까진 종목의 시가를 반영키로 방침을 바꿨다.

한편 이날 LG이노텍은 합병 무산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5일 연속 하락세를 접고 2.34% 오른 3만5000원으로 마감됐다. LG마이크론은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 5.24% 내린 1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반대 양상을 보였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