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팀인선 발표때마다 상승, 외교안보팀 때는 폭락

미국 증시는 차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팀에 매우 호의적인 듯 하다.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로 휘청이면서 뉴욕 증시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지만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팀 인선내용을 발표할 때마다 주가는 빠짐없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를 포함해 외교안보팀을 발표했을 때는 주가가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였던 것과도 뚜렷이 대비되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의 상무장관으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내정한다고 발표한 3일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등락을 거듭한 끝에 170포인트 이상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하락세로 출발해 오전 한때 20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지만 상무장관 내정자 발표를 앞두고 급반등하면서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날 발표된 고용지표와 서비스업 경기지표는 물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놓은 베이지북이 경기상황을 암울하게 진단하는 등 시장주변은 악조건 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른 것은 오바마가 TV 카메라 앞에 서서 상무장관 인선에 대한 배경 설명과 함께 경제위기 돌파를 위한 의지를 과시한 것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당선인이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를 포함해 경제팀 인선을 처음 발표했던 지난달 24일 뉴욕 증시는 무려 400포인트 가까이 폭등했다.

오바마가 백악관 예산국장으로 피터 오스자그를 내정한다고 발표한 25일에도 상승세를 유지했으며, 26일 폴 볼커 전 FRB 의장을 경제회복자문위 의장에 기용한다고 발표한 날에는 인도 뭄바이 테러 충격에도 불구하고 250포인트 가량 올랐다.

경제팀 인선 발표를 위해 오바마 당선인이 지금까지 4차례의 기자회견을 자청한 날 뉴욕 증시는 빠짐없이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국토안보부 장관, 법무장관, 유엔 대사 등 외교안보팀을 일괄 발표했던 이달에는 1일 주가가 700포인트 가까이 떨어져, 경제팀 발표 때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외교안보팀 인선 발표 때는 전미경제조사국(NBER)이 작년 12월부터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했다고 공식 선언하는 `악재'도 크게 작용했으며, 뉴욕 증시의 움직임과 오바마의 각료 인선 발표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바마 당선인이 경제팀 인선 발표 때마다 "단 1분도 허비하지 않고 정부 출범 후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만반의 계획을 세우겠다", "예산지출 항목을 `한 쪽 한 쪽, 한 행 한 행' 꼼꼼히 들여다보겠다", "경제위기, 구조가 곧 이뤄진다"는 등으로 확고한 의지와 자신감 넘치는 표현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설파한 것에 시장이 어느 정도 화답하고 있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