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부진도 한몫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이 체감하는 자금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은행들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금고를 닫아걸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중소기업 지원을 독려하는 마당에 어떻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겠느냐"며 억울해하고 있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4조3000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9월의 2조9000억원과 비교,48%나 늘었다. 기업은행이 1조2213억원을 늘린 것을 비롯 신한 6565억원,우리 5800억원 등 하나은행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기 대출을 대폭 늘렸다.

이에 따라 8,9월 2조원대로 떨어졌던 은행권의 중기 대출 증가액은 10월 들어 3조원대를 회복한 데 이어 11월에는 4조원대로 올라섰다. 총대출 증가액 중 중기 대출 증가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금융감독원의 권고 수준인 45%를 넘어서면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기업들은 그러나 "실질적인 대출의 형태가 신규 자금 지원보다는 만기 연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통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중기 대출 증가액 중 상당부분이 만기 연장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A은행의 경우 상반기 월 평균 2조5000억원이던 신규 대출이 8월 들어 1조8000억원으로 급감했고 10월에도 2조2000억원에 그쳤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