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졸업후 국내 최초 'PMP 크기의 인터넷PC' 출시

삼보컴퓨터가 인터넷 기능에 특화한 휴대기기 '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MID)'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섰다. 1980년 국내 최초로 PC(모델명 SE-8001)를 개발하는 등 지금까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삼보컴퓨터가 경기 침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또 하나의 '블루오션'에 뛰어든 것이다.

◆초소형 PC로 신시장 개척

삼보컴퓨터는 4일 중앙처리장치(CPU)로 인텔의 1.33기가헤르츠(㎓) 아톰 프로세서(Z520)를 장착한 MID '루온 모빗'(사진)을 내년 1월부터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이 제품에 탑재된 아톰 프로세서는 기존 '넷북(미니 노트북)'에 장착됐던 프로세서보다 크기를 줄여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한 것이 특징이다. MID는 일본 샤프가 지난 6월 처음 내놓았다. 삼보컴퓨터의 루온 모빗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나온 MID다.

김종서 삼보컴퓨터 사장은 이날 발표회에서 "삼보컴퓨터의 최고급 PC에 붙이는 루온이란 이름을 MID 제품에 적용한 것은 그만큼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기기라는 뜻"이라며 "루온 모빗은 들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나 PC,인터넷,엔터테인먼트 등을 즐길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노트북은 크고 무거운 반면 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PMP)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하지만 루온 모빗은 이런 약점을 동시에 해결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삼보컴퓨터가 MID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은 최근 들어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일반 PC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PC보다는 휴대폰과 같은 소형기기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MID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1월 법정관리를 졸업한 삼보컴퓨터가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데스크톱PC 20만1000대를 팔아 14.29%의 점유율을 기록,LG전자(12.1%)를 제치고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무선랜·와이브로로 인터넷 접속

루온 모빗은 30기가바이트(GB)짜리 하드디스크를 내장,영화 20편 정도를 저장해 놓고 즐길 수 있다. 화면은 4.8인치로 모바일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폰(약 2.8~3.3인치)보다 1.5~2인치 정도 크다. 일반 무선랜뿐만 아니라 와이브로 등 다양한 방식의 무선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운영체제(OS)는 일반 PC에서 사용되는 윈도XP를 탑재해 인터넷 뱅킹,전자 상거래 등이 가능하다. 2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으면서 '유튜브'와 같은 사이트에 곧바로 올릴 수도 있다. 지상파 DMB 시청도 가능하다. 가격은 50만~60만원대로 예상된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 용어풀이 ] MID

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Mobile Internet Device)의 약자다. 3~7인치 화면에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CPU로 장착한 초소형 PC를 뜻한다. 8~12인치 화면을 장착한 넷북보다 크기가 작아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 수 있으며 인터넷 기능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