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량 줄어도 수입액은 급증

'93만2000원 대 239만7000원.'

프랑스 보르도 5대 특급 와인의 하나인 '샤토 무통 로쉴드'의 각각 2004년산과 2005년산의 백화점 판매가격이다. 불과 1년 차이인 데 가격은 2.5배다. 바로 프랑스산 '2005년 빈티지' 때문.2005년 빈티지는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지난 5월 "내가 경험한 최고의 빈티지로 위대한 해에 수많은 밭에서 위대한 와인들이 태어났다"고 언급할 정도로 '그레이트 빈티지'로 알려져 세계적인 수집 붐이 일기도 했다.

2005년산 와인이 올해 본격 수입되면서 국내에선 수입량이 줄었는 데도 수입액(달러 기준)은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0월 전체 와인 수입량은 2만4000t(3200만병)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줄어든 반면 수입액은 1억3700만달러로 오히려 21.0% 늘었다. 이는 수입액 기준 1위인 프랑스산 수입량(4600t)이 21.4% 감소한 대신 수입액(5700만달러)이 26.7%나 늘어난 게 주요인이다. 수입량 1위인 칠레산은 수입량(5600t)과 수입액(2400만달러) 모두 20% 안팎 늘었다. 조상덕 금양인터내셔날 부장은 "소비가 위축되면서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칠레산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 5대 수입국 중 유일하게 수입량까지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와인 수입액을 병당(750㎖) 가격으로 환산하면 프랑스산은 지난해 5.8달러에서 올해 9.4달러로 62.1%나 뛰어 이탈리아산(5.3달러,20.5%↑),스페인산(1.3달러,30%↑),미국산(3.2달러,23.1%↑)에 비해 평균 수입단가 상승률이 2~3배에 달했다. 2005년 빈티지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칠레산 수입단가(3.3달러)는 6.4% 오르는데 그쳤다.

하지만 국내 와인 수입업체들은 불황 탓에 '그레이트 빈티지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종훈 신동와인 대표는 "고가 와인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 수입업체들이 재고와 환율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년에 수입될 2006년 빈티지는 가격이 내려가겠지만 경기침체와 고환율이 지속되는 한 수입량이 줄고 수입액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