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기법 도입한 순수소설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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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기법을 도입해 경계를 확장한 소설이 주목받고 있다.이들 작품은 복선과 반전을 통해 사건의 진실이나 비밀을 조금씩 밝혀내는 이야기 구조를 갖춘 만큼 흥미 있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는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라는 사실에서 시작해 엄마의 행방을 쫓으며 엄마라는 존재의 진면목을 찾아내는 구조다.소설의 1장에서는 딸,2장에서는 아들,3장에서는 아버지,4장에서는 엄마,에필로그에서는 다시 딸이 돌아가며 화자로 나서서 엄마의 비밀을 조금씩 드러낸다.
소설가 정이현씨가 지난 8월부터 인터넷 교보문고 사이트에 연재하고 있는 <너는 모른다>도 ‘시체가 발견된 것은 오월의 마지막 일요일 오전 열 시경이었다’로 시작하며 사람들의 복잡한 관계와 사건의 진실을 조금씩 밝혀내는 추리소설 기법을 차용했다.지난달 27일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의 ‘문학속세상’에서 연재가 시작된 소설가 공지영씨의 <도가니>는 실제로 일어났던 청각장애인 성폭행 사건에 착안한 추리기법 소설이다.
문예지에 게재된 작품들에서도 추리기법을 도입한 소설들이 눈에 띈다.문학 계간지 <자음과모음> 겨울호에 실린 하성란씨의 <A>는 ‘A’가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증을 자극해 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소설가 이응준씨가 13년 만에 발표해 계간지 <세계의 문학>에 전재한 장편소설 <국가의 사생활>은 한반도 통일 이후 벌어지는 혼란상을 배경으로,북한 인민군의 영웅이었던 리강이 동료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혀내는 과정을 정교한 구성으로 엮어냈다.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해외 작가의 작품 중에도 추리소설식 접근법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오른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신》(열린책들)은 신 후보생 144명이 신이 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 얽힌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는 구성을 갖췄다.최근 출간된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밝은세상)를 비롯해 《사랑하기 때문에》,《구해줘》 등을 베스트셀러에 진입시킨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도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까지 여러 복선과 단서를 넣는 추리소설적 집필 성향을 지녔다.
문학평론가인 김미현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는 “순수문학에도 장르문학적 기법을 도입하는 일이 일반화되고 있다”면서 “이는 서사를 강화해 가독성이 높은 탄탄한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작가의 욕망과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치 퍼즐을 맞추는 듯한 흥미를 원하는 독자의 욕망이 만나는 접점”이라고 분석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최근 우리 출판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소설 대부분이 추리적 기법을 도입했다”면서 “국내 작가가 창작한 추리소설이 많지 않은 현실에 비해,역사추리소설이 꾸준히 인기를 모아왔던 경향과 추리소설같은 구조를 지닌 미국드라마의 영향도 이에 한몫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