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다질 해법으로 수출시장 다변화와 함께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를 이끌어낼 정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투자 엑소더스를 막고,신산업 육성으로 미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수출 확대를 위해선 민간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며 "중동 아프리카 등 신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한발짝 벗어나 있어 수출을 늘릴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수출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기관들이 기업들의 공격적인 해외 투자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며 "기업 입장에선 개발도상국에 지원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ODA 자금으로 사회간접자본(SOC)이 확충되는 개도국 진출을 노려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과)는 "세계 시장 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입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의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 연구위원은 "자원부국에 대한 패키지 수출 전략과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마케팅 강화를 통해 급격한 수출 둔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단위의 해외 마케팅을 도시 단위로 전환하는 등 세분화된 시장개척 전략이 필요하다는 해법도 제시됐다.

무엇보다 만성적인 서비스수지 적자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손영기 대한상공회의소 재정금융팀장은 "2006년 189억달러에서 작년 205억달러로 불어난 서비스수지 적자 행진을 멈추기 위해서는 제조업에 비해 불리한 서비스산업 지원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팀장은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서울 남대문 등 주요 관광지에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다"며 "제주도를 마카오에 버금가는 아시아의 신흥 관광지로 육성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부형 연구위원은 "법률 의료 교육 등 지식서비스 부문에서 흑자를 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의료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영리목적의 병원을 허용하고,'기러기 가족'을 줄일 수 있도록 외국식 학교 설립을 자유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획기적인 규제 철폐를 통해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경제가 나쁠 때 각종 개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성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에너지 절감을 위해 설비 고효율화를 지원하는 한편 대체에너지를 조기에 상품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재길/이정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