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증시에서 단기투자 위주인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70%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주가가 하루에 100포인트 가까이 오르내리는 일이 심심치 않게 빚어지고 있다. 연기금을 제외하면 기관투자가들도 주식을 매수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도 연말을 앞둔 요즘 매도공세가 주춤해졌지만 언제 다시 주식을 내다팔아 자금 회수에 나설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외 기업의 도산 위기,불안한 환율,악화되는 무역수지,기업이익의 하향 조정 등 주변 여건도 악재투성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안한 기류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년 3~4월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환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한.미 통화스와프 만기가 4월인데다 내년 1분기 경제성장률과 기업실적이 최악일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내 기업 구조조정도 이때쯤이면 윤곽이 잡힐 전망이어서 예기치 못한 대형 돌발변수가 불거지지 않는다면 하반기에는 그동안 풀어놓은 돈의 힘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유동성 장세가 연출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내년 상반기 주가 변동 클 것
유동성 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도산 리스크가 불거져 증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유동성이 어렵다는 기업들이 나오면 주가가 폭락하고,진정되면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10월 말 900선이 깨진 것은 기업의 도산 리스크가 반영됐던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우려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센터장은 우려가 현실화돼 대기업이 문을 닫는 상황이 되면 코스피지수가 지난 10월의 저점보다 낮은 700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도 "현재의 위기가 상처없이 지나갈 수는 없다"며 "악재가 터지면 투자심리를 더 악화시켜 내년 초에는 주가 저점을 한 번 더 볼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내년 4월로 예정돼있는 한.미 통화스와프 만기일 전후에 악재가 발생할 경우 충격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미 통화스와프 만기와 G20회의 등 주요 이벤트가 몰려있는 내년 1분기 말~2분기 초가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연말 외국은행이 국내 지점을 축소하고 내년 3월 일본 은행들이 결산기를 앞두고 자금을 회수할 경우 환율이 1500~1700원으로 올라 증시 불안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침체도 큰 악재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은 내년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국도 5~7% 성장에 그쳐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에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내년 우리경제가 3% 안팎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UBS,CLSA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외변수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내년 3~4월까지는 주가 바닥을 어림잡기 어려운 다중바닥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기상황이 과거 외환위기 때처럼 국내 대기업의 연쇄부도 등 최악으로 내몰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건설업체의 미분양과 중소기업 및 일부 대기업의 부실은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각국 정부가 부도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연쇄부도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동성 장세로 이어질지 관심
최근까지 전세계 금융회사들이 부채를 상각한 금액만 1조달러에 이른다. 그동안 각국 정부가 풀어놓은 돈은 6조달러로 일부분은 이들 업체의 자본으로 들어가 잠겨 있는 상태다. 그것도 모자라 각 금융회사들은 각국 주식을 팔아 본국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점차 안정을 찾으면 하반기엔 유동성 장세가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국내 증시가 2분기까지 신용위기에 대해 내성을 키운다면 하반기에는 저금리와 국가재정 지출에 기반한 유동성 장세가 연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외에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추가 인하하고 정부는 적자를 무릅쓰고 예산을 확대,지출함에 따라 시중 유동성은 풍부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