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미국 달러화의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했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엔 경제사회국(DESA) 등은 이날 발표한 연례 경제보고서에서 미 달러화 가치가 최근 금융위기 와중에 상승하고 있으나 앞으로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 경제학자들은 이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심화로 투자자들이 안전통화로 여겨지는 달러화 매수에 나서면서 달러 가치가 반등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달러 가치는 하락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내년에 1조달러로 늘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재정 적자가 지탱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어 달러화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며,달러화 약세는 금융시장에 새로운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안전자산을 좇는 투자자들이 달러자산을 회피하는 상황이 되면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고 세계경제는 더욱 깊은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소장을 지낸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도 최근 "현재의 달러화 강세는 금융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나타난 일시적인 것이지 미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따른 것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펠드스타인 교수는 "달러는 금융위기가 마무리되는 대로 약세로 돌아서 5∼10년간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달러 가치는 현 수준 대비 30∼40%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두 자릿수 비율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내 달러화 연구 1인자로 꼽히는 이와이 가쓰히토 도쿄대 교수(경제학부)는 일본 이코노미스트지(2일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달러 기축통화 체제를 대신하는 새로운 체제의 싹이 틀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아랍과 중국의 국부펀드는 물론 일본 은행 등의 자금이 미국 금융사로 흘러들어가게 되면 미국 금융사의 소유권이 국제화되고 이는 국제 금융체제 대변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