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장갑·스카프·보석까지 강렬한 빨간색 아이템 선호
"시험운·재운좋다" 속옷·이불도


불황일수록 빨간 상품이 잘 팔린다는 속설처럼 최근 유통가에서 '빨간색' 상품이 전방위로 각광받고 있다. 씀씀이가 줄어든 탓에 여러 제품을 사기 어려워진 대신 빨간색 아이템 하나로 강렬한 이미지를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동양에서 빨간색이 재운(財運)과 시험운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색으로 여기는 점도 요즘 빨간색이 통하는 이유다.

립스틱,장갑 등 시선을 집중시키는 패션 아이템으로 붉은색만큼 튀는 색은 없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빨간색이 강한 립스틱 판매량이 연한 색상의 립글로스를 추월,연말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립글로스가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매년 10% 이상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립스틱의 신장세가 놀랍다는 게 아모레 측 설명이다.

명품 브랜드들도 레드 컬러 장갑과 스카프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루이까또즈' 매장은 빨간 장갑·스카프의 구성비를 작년의 두 배인 40% 수준으로 높였다. 매장 관계자는 "레드 장갑은 다른 장갑에 비해 최근 열흘간 매출이 두 배나 높다"고 말했다.

취업 대입 등 각종 시험이 몰려 있는 요즘,합격을 기원하는 빨간색 속옷이 불티나게 팔린다.

신세계백화점 충무로 본점에서 '엠포리오 아르마니 언더웨어'의 레드컬러 브래지어(7만8000원)와 팬티(4만3000원)는 일반 브랜드보다 가격이 2~3배 비싼데도 하루 20장씩 나간다.

재운을 가져온다는 빨간 이불도 인기다. 이불 전체를 붉은색 원단으로 수놓은 라라비스의 '자가드 원단 이불'(40만원)이 지난달 45%의 매출 신장세를 보이자 신세계 본점 내 다른 침구 매장들도 빨간색 제품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액세서리에도 빨간색 바람이 거세다. 롯데백화점 본점 액세서리 매장 '골든듀'는 지난달 전체 매출이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지만 레드 계열 액세서리만 17%가량 늘었다. 번쩍이는 빨간 루비가 한가운데 박힌 '라비앙로즈 펜던트'(86만7000원)와 화려한 붉은 빛을 발산하는 '크리스탈 하트 귀걸이'(15만원)가 지난달 베스트셀러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고혈압 심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는 붉은색 과일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GS마트에서 지난달 딸기 매출이 81%,방울토마토는 38.4% 각각 판매가 늘었다.

매운 맛으로 답답한 속을 푸는 이들이 늘면서 대표적 매운 라면인 농심 '신라면'과 오뚜기 '열라면'은 지난달 각각 20%대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