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지수 하향세 뚜렷 … 외국인들 채권도 순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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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부양책에 고비넘겨…경기침체 여전
주식 이어 '셀 코리아' 진정 양상 … 경기침체 부담 여전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미국과 한국 증시의 '공포지수'가 급락세로 반전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일단 극단적인 공포 국면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국내에서는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는 양상이다. 외국인은 주식에서 그동안 '무조건 팔고보자'는 식의 매도 공세를 멈춘 데 이어 채권에서도 지난 10월 6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순매도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11월에는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 같은 공포감의 완화는 세계 각국의 과감한 경기부양책 등 정책 공조에 따른 것으로, 금융위기가 시장 붕괴라는 파국으로까지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미 공포지수 하향 안정세 뚜렷
미국 증시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는 지난 20일 사상 최고치(80.86)로 치솟으며 위기감을 증폭시켰지만 11월의 마지막 장인 28일엔 55.28로 크게 낮아졌다.
이처럼 VIX지수가 1주일여 만에 31% 급락한 것은 씨티그룹과 미국 자동차 '빅3'가 위기에 처하면서 높아진 불안감을 미 정부가 8000억달러의 추가 구제금융 투입 결정으로 누그러뜨렸기 때문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VIX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위험 자산(주식) 투자를 꺼린다는 의미"라며 "최근의 하락세는 공포 분위기가 진정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VIX지수는 지난 10월9일 이 지수가 도입된 1993년 이후 처음으로 60선을 돌파했다. 이후 아이슬란드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과 일부 개도국의 부도 가능성 고조로 인해 사상 최고치인 80대로 치솟기도 했다.
'한국판 VIX지수'인 증권선물거래소의 '대표변동성 지표'도 비슷한 움직임이다. 10월30일 처음으로 60선을 넘어선 뒤 11월6일 94.44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80∼90선에 머물던 대표변동성 지표는 지난 28일에는 다시 60으로 내려왔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대표변동성 지표의 하락세는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VIX와 대표변동성 지표는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지만 일시적으로는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VIX지수는 10월 말 80대로 치솟았지만 이후 미국 일본 한국 등의 동반 금리 인하에 힘입어 11월 초 50 아래로 떨어진 반면 대표변동성 지표는 같은 기간 상승 추세를 지속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11월 초순 원화 유동성 위기에 따른 건설사와 은행의 부실 우려가 불거진 탓에 미국 등 글로벌 시장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공포지수가 일단 진정된 것은 다행이지만 금융시장과 실물경기 침체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안심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만 연구위원은 "VIX지수 상승세가 꺾였지만 연초 20∼30선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11월 채권 순매수로 전환
지난 10월 사상 최대 채권 매도 공세로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11월에는 순매수로 돌아섰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11월 한 달 동안 채권시장에서 4600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국고채를 소폭(1041억원) 매도했지만 통안채(통화안정증권)를 5694억원어치 사들인 덕분이다.
외국인은 10월 한 달 동안 사상 최대인 6조4000억여원의 채권을 처분하며 '셀 코리아' 우려를 증폭시켰다.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에서도 본격적인 '팔자'에 나서 한국시장에서 탈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전환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말을 겨냥한 헤지펀드들의 무차별 자산 청산 움직임이 마무리되는 등 글로벌 금융업체들의 디레버리징(자산 매각 등을 통한 차입금 축소) 과정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체결된 데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S&P가 국내 7개 금융회사를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해제함에 따라 한국 채권에 붙는 가산금리가 하락한 점이 외국인 채권 매도 공세 중단의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양진모 SK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연말 결산을 앞두고 미리 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 중심의 채권 매물이 10월을 기점으로 일단락된 것이 채권 순매수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백광엽/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美 VIX지수
불안감 반영 … 주가 움직임과 반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된 S&P500지수 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수치로 산출한 지표다. 1993년부터 CBOE가 산출하고 있으며 '공포지수'라고도 불린다.
이 지수가 높아지면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신호로 해석된다. 만약 VIX지수가 30이라면 앞으로 한 달간 주가가 30%의 등락을 보일 것이란 시장참가자들의 예측을 나타낸다.
VIX지수가 높을 경우 불안심리가 높아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려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VIX지수가 최고치에 이르렀다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극에 달했다는 의미다.
VIX지수는 미국 주가와 반대로 움직이며 뚜렷한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VIX가 높아지면 주가는 폭락하는 경향이 있고,미 정부가 금융시장 대책을 내놓으면 VIX가 단기 저점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VIX지수가 20 이하면 '과매수' 상태를,40 이상인 경우는 '과매도' 상태를 나타낸다. 따라서 VIX지수가 40 이상이면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과매도권으로 판단해 매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미국과 한국 증시의 '공포지수'가 급락세로 반전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은 일단 극단적인 공포 국면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또 국내에서는 외국인의 '셀(sell) 코리아'에 대한 우려가 진정되는 양상이다. 외국인은 주식에서 그동안 '무조건 팔고보자'는 식의 매도 공세를 멈춘 데 이어 채권에서도 지난 10월 6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순매도를 보였던 것과는 달리 11월에는 순매수로 돌아섰다. 이 같은 공포감의 완화는 세계 각국의 과감한 경기부양책 등 정책 공조에 따른 것으로, 금융위기가 시장 붕괴라는 파국으로까지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미 공포지수 하향 안정세 뚜렷
미국 증시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는 지난 20일 사상 최고치(80.86)로 치솟으며 위기감을 증폭시켰지만 11월의 마지막 장인 28일엔 55.28로 크게 낮아졌다.
이처럼 VIX지수가 1주일여 만에 31% 급락한 것은 씨티그룹과 미국 자동차 '빅3'가 위기에 처하면서 높아진 불안감을 미 정부가 8000억달러의 추가 구제금융 투입 결정으로 누그러뜨렸기 때문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VIX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위험 자산(주식) 투자를 꺼린다는 의미"라며 "최근의 하락세는 공포 분위기가 진정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VIX지수는 지난 10월9일 이 지수가 도입된 1993년 이후 처음으로 60선을 돌파했다. 이후 아이슬란드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과 일부 개도국의 부도 가능성 고조로 인해 사상 최고치인 80대로 치솟기도 했다.
'한국판 VIX지수'인 증권선물거래소의 '대표변동성 지표'도 비슷한 움직임이다. 10월30일 처음으로 60선을 넘어선 뒤 11월6일 94.44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80∼90선에 머물던 대표변동성 지표는 지난 28일에는 다시 60으로 내려왔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대표변동성 지표의 하락세는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VIX와 대표변동성 지표는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지만 일시적으로는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VIX지수는 10월 말 80대로 치솟았지만 이후 미국 일본 한국 등의 동반 금리 인하에 힘입어 11월 초 50 아래로 떨어진 반면 대표변동성 지표는 같은 기간 상승 추세를 지속해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11월 초순 원화 유동성 위기에 따른 건설사와 은행의 부실 우려가 불거진 탓에 미국 등 글로벌 시장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공포지수가 일단 진정된 것은 다행이지만 금융시장과 실물경기 침체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안심하기엔 이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만 연구위원은 "VIX지수 상승세가 꺾였지만 연초 20∼30선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11월 채권 순매수로 전환
지난 10월 사상 최대 채권 매도 공세로 위기감을 고조시켰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11월에는 순매수로 돌아섰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11월 한 달 동안 채권시장에서 4600억원 순매수를 보였다. 국고채를 소폭(1041억원) 매도했지만 통안채(통화안정증권)를 5694억원어치 사들인 덕분이다.
외국인은 10월 한 달 동안 사상 최대인 6조4000억여원의 채권을 처분하며 '셀 코리아' 우려를 증폭시켰다.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에서도 본격적인 '팔자'에 나서 한국시장에서 탈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켰다.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전환에 대해 전문가들은 연말을 겨냥한 헤지펀드들의 무차별 자산 청산 움직임이 마무리되는 등 글로벌 금융업체들의 디레버리징(자산 매각 등을 통한 차입금 축소) 과정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이 체결된 데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S&P가 국내 7개 금융회사를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해제함에 따라 한국 채권에 붙는 가산금리가 하락한 점이 외국인 채권 매도 공세 중단의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양진모 SK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연말 결산을 앞두고 미리 매도에 나섰던 헤지펀드 중심의 채권 매물이 10월을 기점으로 일단락된 것이 채권 순매수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백광엽/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美 VIX지수
불안감 반영 … 주가 움직임과 반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된 S&P500지수 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수치로 산출한 지표다. 1993년부터 CBOE가 산출하고 있으며 '공포지수'라고도 불린다.
이 지수가 높아지면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신호로 해석된다. 만약 VIX지수가 30이라면 앞으로 한 달간 주가가 30%의 등락을 보일 것이란 시장참가자들의 예측을 나타낸다.
VIX지수가 높을 경우 불안심리가 높아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려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VIX지수가 최고치에 이르렀다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극에 달했다는 의미다.
VIX지수는 미국 주가와 반대로 움직이며 뚜렷한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특징이 있다. VIX가 높아지면 주가는 폭락하는 경향이 있고,미 정부가 금융시장 대책을 내놓으면 VIX가 단기 저점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VIX지수가 20 이하면 '과매수' 상태를,40 이상인 경우는 '과매도' 상태를 나타낸다. 따라서 VIX지수가 40 이상이면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과매도권으로 판단해 매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