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박연차 회장 자택.태광실업 압수수색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자택과 회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박씨의 시세차익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이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대근 전 농협회장에게 20억원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박 회장을 이르면 다음 주께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6곳 동시다발 압수수색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박용석 검사장)는 28일 오전 경남 김해시에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임원들의 자택,태광실업 및 계열사인 정산개발(정산컨트리클럽)과 휴켐스 등 6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전날에는 증권거래소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2005~2006년까지의 세종증권 주식 매매 자료를 확보했다.

중수부는 검사와 수사관 등 40여명을 투입해 태광실업 등에서 회계장부와 사업 현황,주식 거래 내역,컴퓨터 하드디스크,개인 서류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내주 초까지 압수물 분석을 마무리한 뒤 박 회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태광실업의 해외 법인을 통해 세금을 탈루하고 세종증권 주식 거래와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휴켐스 인수과정 거액 건네

검찰은 박 회장이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 인수 과정에서 정대근 당시 농협회장(구속)에게 20억원을 건넨 정황을 포착했다. 박 회장은 2006년 휴켐스 인수 과정에서 양해각서 체결시 제시했던 가격보다 322억원 적은 가격에 본계약을 맺었는데 이 과정에서 정 전 회장에게 포괄적인 감사의 표시로 20억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계좌추적 결과 휴켐스 인수 시기에 수십억원이 차명으로 흘러나간 단서를 포착해 이 돈이 정 전 회장에게 건너갔다가 그가 현대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다시 박 회장에게 돌아온 흔적을 찾아냈다.

◆노건평씨 검찰 소환 임박

한편 검찰은 노씨 몫으로 알려진 경남 김해 상가에 정화삼 전 제피로스 골프장 대표(구속)와 동생 광용씨(구속) 형제가 홍기옥 세종캐피탈 사장(구속)에게서 받은 30억원 중 7억~8억원이 투자된 정황을 잡고 상가의 실소유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김해 상가 외에 부산의 한 오락실에도 30억원 중 5000만원이 보증금으로 건네져 부동산 수익금이 건평씨에게 갔는지를 조사 중이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날 김해 봉하마을 사저 앞에서 관광객들에게 "형은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사람들이 큰 사고를 냈으면 수사받는 건 당연하며,형이 죄가 있으면 벌을 받을 것이고 죄가 없으면 혐의를 벗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