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르코지-달라이 라마 면담에

중국과 프랑스가 다시 한판 붙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양국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다음 달 6일 폴란드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로 하자 중국은 경제 보복 카드를 내놨다.

AFP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7일 프랑스 정부와 에어버스 여객기 150대 구매를 위한 협상을 전격 취소했다. 전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순회의장으로 있는 유럽연합(EU)과 다음 달 1일 프랑스 리옹에서 가질 예정이던 중국.EU 정상회담 참석을 취소한 데 이은 조치다. 에어버스 측은 "계약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지만,프랑스에 대한 중국의 태도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중국ㆍ프랑스 '에어버스' 전쟁

지난해 11월 사르코지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이뤄진 에어버스 구매 계약은 100억유로(18조7600억원)짜리 매머드급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인권문제담당 장관을 수행단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에어버스 구매 계약과 함께 80억유로(약 14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 계약도 성사시켰다. 이에 따라 사르코지는 '세일즈 외교를 할 줄 아는 비즈니스 대통령'으로 칭송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원전 공급 계약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프랑스가 중국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을 왜 자꾸 벌이는지 모르겠다"며 "상황이 이렇게 된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뤽 샤텔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예정대로 달라이 라마와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해 방중 당시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선물'을 받고도 지난 3월 티베트에서 일어난 독립 요구 시위 이후 서방 지도자들 중에서 중국의 인권문제를 앞장서 제기하면서 중국 정부에 단단히 '미운 털'이 박혔다. 베이징올림픽 성화가 프랑스에서 탈취당할 뻔한 사고가 발생하자 중국인들은 프랑스계 유통업체인 까르푸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던 사르코지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개막식에 나타나면서 중국 내 반(反)프랑스 감정은 잠잠해졌다.

중국ㆍ프랑스 '에어버스' 전쟁
중국은 지난해 9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달라이 라마를 만나 티베트의 문화적 자치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을 때도 즉각 고위급 정치 회담과 문화 행사들을 잇따라 취소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독일 내부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지난 10월 메르켈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는 겨우 정상화됐다.

중국과 프랑스 간 갈등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미국의 영향력 감소로 인한 세계질서 재편 과정에서의 주도권 다툼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프랑스는 국제 금융시스템의 근본적인 재편을 주장하는 반면,중국은 기존 질서를 보완하는 수준을 원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