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내년 경제사정이 올해보다 더 어렵고, 이번 위기는 최소 2년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전 부총리는 현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정책으로는 감세보다 재정지출 확대를 강조했다. 또 위기 상황을 압도할 정도의 단호하고 충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하며 필요하다면 극약처방도 서슴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10년전 IMF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으로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이헌재 전 부총리는 28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사와 교훈'이라는 제목의 강연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부총리는 미국발 위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공적자금을 무제한 투입해 추가 악화를 막을 수는 있겠지만, 금융서비스를 다시 적극적으로 재개하고 확대하는건 가까운 시일 안에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 부문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게 관건인데 오바마 당선자가 자동차산업을 구제하려 할 가능성이 있어 다른 산업부문으로 불안이 확산되고, 결국 구조조정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 상황 역시 자산 디플레이션과 기초수지 악화가 결합하면서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렵고, 최소한 2년 이상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 부총리는 "적극적 재정확대가 중요하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책당국자들에게 "필요할땐 극약 처방도 서슴지 말아야 하며, 팩키지로 한꺼번에 하고 특히 입법 사항에 대해서는 더 그래야 한다"는 조언했다.

이와 함께 이 전 부총리는 "정책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유도하는 등 기초수지 흑자 기조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와 중앙은행간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정책기관 내부의 목소리 통일을 주문했다.
정부가 할 일과 중앙은행이 할 일, 또 양자가 협조할 일을 명확히 구분하고,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시장이 안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감독체계와 기능, 정부와 중앙은행간의 역할, 정부 부처간의 관계도 정비할 것을 주문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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