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은 개발된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색다른 상품을 투자해 본 사람이 더 많은 투자 대안을 가지고 있다. 2007년에 해외 투자가 본격화되자 헤지펀드 사모투자펀드(PEF) 리츠(REITs) 등으로 대표되는 대안투자가 등장했다.

해외 투자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됐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이머징시장 주식형 펀드를,보수적 투자자들은 채권수익률 +α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안투자 상품을 찾아 나섰다. 두 가지 해외 투자 방향의 대표상품은 각각 중국펀드와 리츠였다.

하지만 리츠는 과도한 유동성으로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도 채권수익률 +α를 타깃으로 하기 보다 주식형 상품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투기적 자금으로 변질됐다. 이후 금리 인상,서브프라임 사태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몇 차례 조정을 받게 되자 기대수익률이 높았던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가격을 더욱 하락시키는 과정을 겪게 되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한 보수적인 투자자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헤지펀드도 마찬가지다.

2002년 국내에 소개돼 거래된 절대수익추구형 펀드의 투자자들은 중첩되어 있는 펀드 수수료 체계와 최근 금융시장 붕괴로 인해 약속된 '절대수익'이 지켜지지 않는 아픔을 경험했다. 그렇다면 대안투자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선진국의 기관투자가와 부유층 전유물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우리는 그동안 대안투자의 극히 일부분을 접했을 뿐이다.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수많은 헤지펀드와 사모투자펀드가 파산하거나 부실화되면서 대안투자시장이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겪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과정은 대안투자 산업이 짧은 기간 동안 수십배나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에 불과하다. 금융규제 강화로 투명성과 건전성이 더욱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산가격 부침에 관계 없이 안정적으로 알파 수익을 추구하는 대안투자 시장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제는 지금 기업수익성이 악화되고 소비가 위축되며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사이클에 들어서고 있다. 당분간 일정한 범위 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변동성이 높은 장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고 주식 채권 외환시장을 불문하고 자산이 제 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알파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실물경기 악화로 금리 하락이 지속되고 주식 시장 침체가 길어진다면 낮은 은행금리에 만족 못하고 주식투자는 불안해 하는 고객들이 대안투자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 자통법이 시행되면 국내에도 헤지펀드를 비롯해 다양한 대안투자 상품이 출시될 예정인데 몇 번 맛 본 외국 음식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에 사로 잡혀 평생 한식만 고집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겠다.

장석훈 <삼성증권 상품지원담당 이사 > gordon.cha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