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주 아웃백 킴벌리] 자연이 내게 말을 걸었다 기다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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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가 10일 개봉 예정인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오스트레일리아'로 관광 부흥을 꿈꾸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호주 대륙에서 펼쳐지는 로맨스와 모험을 그린 대 서사시.아웃백(호주의 오지) 등 영상 속에 녹아 있는 호주 특유의 자연을 어필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는 생각이다. 서호주 북부의 킴벌리 지역이 이 영화의 배경 중 한 곳.영화 속의 영국 귀족 사라 애쉴리가 유산으로 상속받은 거대한 농장이 자리한 데다.
킴벌리 지역은 서호주의 아웃백을 대표하는 곳으로 이름 높다. 원주민인 아보리진 말로 '큰 물'을 뜻하는 작은 마을 카나나라가 킴벌리 지역의 동쪽 관문.푸눌룰루 국립공원의 중심인 '벙글벙글'로 향하는 이들이 반드시 거치는 마을이다.
◆영화 '오스트레일리아'의 배경
50분 거리에 영화 세트장인 칼튼 힐 스테이션이 있는데 그 사이 길의 붉디 붉은 아웃백 지역과 바오밥 나무 숲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웃백의 진수를 체험할 수 있는 벙글벙글은 지형이 그렇게 신비로울 수 없다. 오렌지색 바탕에 검은 띠를 두르고 있는 수 천 개 벌집과도 같은 형상의 지형을 작품으로 남기려는 사진작가들의 출사 포인트이기도 하다. 2억500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벙글벙글은 원래 바닷속이었는데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2000만년 전 지금의 모습으로 남게 되었다고 한다. 벙글벙글은 20세기 후반까지도 아무도 모르는 미지의 땅이었다. 우연히 이곳 인근을 촬영하던 한 방송사의 카메라에 잡힌 1983년에야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 1987년 푸눌룰루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03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목록에 올랐다.
벙글벙글은 아직도 쉬 갈 수 있는 데가 아니다. 서호주의 주도인 퍼스에서 카나나라까지 국내선을 타고 가서 다시 경비행기에 오르거나 육로를 따라야 닿을 수 있다. 육로를 이용하는 게 좋다. 시드니 하버의 20배 규모인 인공 호수 '아가일'과 옐로 다이아몬드,핑크 다이아몬드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아몬드 광산인 아가일 광산을 지나며 아웃백의 강렬한 풍광을 가슴에 담을 수 있어서다. 영화 출연진도 아가일 호수에서 크루즈를 즐겼다고 한다.
캠핑을 겸한 본격적인 트레킹도 해 볼 만하다. 푸눌룰루 국립공원 북쪽의 '에치드나 계곡',남쪽의 '캐더드럴 협곡'이 가벼운 차림을 한 하이커들의 천국으로 꼽힌다. 왕복 18㎞에 달해 하루 일정으로 트레킹에 나서야 하는 피카니니 협곡도 빼놓을 수 없다.
◆ 때묻지 않은 녹색 휴양지
킴벌리 지역을 아웃백과 캠핑 사이트로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킴벌리 지역의 서쪽 관문인 브룸은 아웃백과 함께 인도양의 쪽빛 바다도 즐길 수 있는 해안 휴양마을로 손꼽힌다. 주민이라고 해야 1만5000명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여러 문화가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800년대 호황을 구가했던 진주잡이 덕에 중국,일본,말레이시아,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는 점도 특이하다. 대부분 여행 도중에 마을 분위기에 취해 눌러앉은 예술가들이란다. 마을 곳곳에 크고 작은 갤러리가 유난히 많은 이유다.
브룸의 자연을 대표하는 것은 역시 해변이다. 해안을 따라 20㎞나 이어진 백사장으로 유명한 케이블 비치 풍경이 막힌 속을 확 뚫어 준다. 케이블 비치는 특히 일몰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달(月)의 계단'이라고 부르는 착시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이채롭다. 보름달이 뜨는 간조 때면 로벅베이 개펄이 마치 달까지 나 있는 계단처럼 보인다고 한다. 이 현상은 3월부터 10월까지 한 달에 세 번 15분간 진행된다. 그 때에 맞춰 프러포즈하려는 연인들이 몰려든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서호주정부관광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