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팅社 '하이드릭&스트러글스' 존 김 대표

"한국을 포함한 '세컨드 티어'(2위군 또는 후발주자)들에게 내년은 다시 없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미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프랑스의 BNP파리바,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 등은 인력유치 경쟁에서 앞서 가고 있습니다. "

전 세계 34개국에서 70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적인 헤드헌팅회사인 하이드릭&스트러글스(Heidrick & Struggles)의 존 김(한국명 김상진) 금융부문 글로벌 대표는 "월가에서 빠져나오는 우수 인력을 잡기 위한 글로벌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JP모건 피델리티 등 유수의 금융사들이 이미 상당한 인력을 줄인 데 이어 10% 정도 추가로 감축할 계획"이라며 "한국IB가 이번 기회를 잡지 못하면 '세컨드 티어'로 다시 수십년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최근 월가 금융맨들의 체감온도는 한 마디로 싸늘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과거엔 우리회사의 컨설턴트들이 사실상 통화조차 불가능했던 월가의 거물들까지 요즘엔 전화 메시지를 남기면 친절하게 '리턴 콜'(답신)을 해줄 정도"라고 전했다. 또 그동안 한국에는 관심도 두지 않던 재미교포 및 유학생 출신 월가 금융맨들도 앞다퉈 이력서를 보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대표는 한국IB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의 IB들이 생존문제에 직면해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높아 보이는 한국계 금융사는 훨씬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금융업체들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한국 증권사에 월가 인재들을 소개하면 '우리가 왜 고용해야 하느냐'는 식이었지만 지금은 180도 달라져 적극적인 자세"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얼마 전 모 한국증권사 CEO가 해외 헤지펀드들과 6차례 정도 미팅을 가진 일이 있는데 그 중 네 번이나 상대편에 한국인이 끼어 있자 이 CEO가 '이런 인력들을 어떻게 하면 데려올 수 있느냐'고 묻더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한편 하이드릭&스트러글스 한국법인에 따르면 한국증권사들이 선호하는 해외인력은 상무(디렉터)나 전무(매니징 디렉터) 등 임원급보다는 주로 실무를 담당할 수 있는 부.차장이나 팀장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리스크 관리와 준법(컴플라이언스) 분야의 전문가 수요도 높아지는 추세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