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독일과 스위스 등에서는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낸 교통사고로 떠들썩했다. 사건의 요지는 이렇다. 블래터는 취리히로 향하던 중 고속도로에서 앞서 가던 차량을 추월하려다 차가 중심을 잃는 바람에 반대편 차선을 넘어갔다. 마침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골프 차량이 이를 피하다 3바퀴나 구르며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양쪽 운전자들은 경미한 부상을 입었고,블래터 회장은 면허 정지를 당했다. 블래터 회장은 운전 중 휴대폰을 사용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휴대폰 사용이 드러나면 징역형을 면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일반인이라면 블래터 회장의 휴대폰 사용 여부가 중요 관심사였겠지만 자동차 애호가들에게는 다른 두 가지 사실이 이슈로 떠올랐다. 하나는 3바퀴나 구른 무시무시한 전복사고에도 운전자가 경미한 부상에 그쳤던 골프의 안전성,또 하나는 블래터 회장이 탄 애마의 정체였다.

모두가 중후한 고급 세단일 것이라 예상했던 블래터 회장의 애마는 놀랍게도 '벤츠의 SL63 AMG' 모델이었다. SL은 벤츠에서 가장 유명한 모델로,블래터 회장이 탄 SL63 AMG는 SL 모델 중 상위급에 속한다. 모델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6.3리터의 엔진을 달고 최고출력 525마력,최대토크 64.2㎏ㆍm를 자랑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6초 만에 주파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성능이다. 뒤에 붙은 AMG는 벤츠의 자회사이자 전문 튜닝회사로,벤츠의 고성능 디비전을 뜻한다. AMG 모델은 기존 벤츠의 양산 모델을 '1인 1엔진 전담 시스템' 등의 수작업을 통해 고성능 버전으로 탈바꿈시킨 모델로 보면 된다. 7단 스포츠 변속기,AMG의 스포츠 서스펜션,고성능 브레이킹 시스템 등을 통해 뛰어난 운동 성능과 반응성,즉각적인 제동 능력을 보여준다.

SL63 AMG는 성능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도 벤츠 스포츠카의 정수로 꼽힌다. 2인승 하드톱 컨버터블로,공격적이고 날렵한 이미지 속에서도 벤츠의 고급스러움까지 고루 살렸다는 평이다.

보통 스포츠카의 경우 성능에 비해 빈약한 실내와 옵션,편의 기능 때문에 실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SL63 AMG는 다르다. 실내 역시 고급 나파 가죽을 사용한 AMG 스포츠 시트,카본 파이버 트림 등 최고급 내장재를 썼을 뿐 아니라,속도감응식 볼륨조정 장치나 전화번호 입력을 위한 키패드,블루투스 인터페이스 장치 등 편의 기능까지 고루 갖췄다.

그야말로 럭셔리 스포츠카다. 취리히로 가는 가을의 도로에서 스포츠카의 짜릿함과 럭셔리카의 여유로움을 즐겼던 블래터 회장이 부럽기도 하다.

최욱 수입차포털 겟차 대표 choiwook@getcha.co.kr